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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용석 "야구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12 09:16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28일 훈련장인 가모이케 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롯데 6회말 무사 2루에서 손용석이 1타점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가고시마(일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2.28/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용석은 롯데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다. 그동안의 출전 경기수에 비하면 매우 유명한 선수다. 2006년 데뷔해 고작 146경기 204타수에 그쳤지만, 손용석이 누구인지는 다 안다. 2006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고 롯데에 입단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부친이 롯데 구단 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알려져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점점 잊혀지는 선수가 됐다. 양승호 감독 재임시절이던 2011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동점 상황, 경기 막판 승리를 따낼 수 있던 결정적인 무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나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땅을 쳤다. 그래도 양 감독이 있었던 2012 시즌까지는 어느정도 경기에 출전했지만 김시진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두 시즌 동안 6경를 뛴 게 전부였다. 군대를 간 것도 아니었고,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손용석은 지난 2년을 돌이키며 "내가 못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랬던 손용석의 표정은 최근 싱글벙글이다. 덕아웃에서 가장 활기차고 그라운드에서도 힘차다. 이종운 감독 부임 이후 손용석은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밝게 웃었다.

타격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훌륭했지만 수비가 부족했던 내야수. 그렇다면 타격에서 확실한 두각을 나타냈어야 했는데 프로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손용석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또다른 무기가 있었다. 바로 넘치는 파이팅이다.

사실 손용석은 이번 시즌에도 위기를 맞을 뻔 했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조차 들지 못할 뻔했다. 지난 2년 간의 기록이 없으니 신임 감독 입장에서 굳이 데려갈 이유가 없었다. 안그래도 시험해보고픈 신인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손용석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갔다. 이 감독은 "잘 치고,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에서는 분위기라는 것도 중요하다.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손용석도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실제,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손용석의 덕아웃 활약이 빛났다. kt에 경기 내내 밀리다 9회 역전찬스를 잡았는데, 손용석이 고래고래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홀로 외쳤다. 우리 팀은 힘을 받고, 상대팀은 주눅이 들 수 있다. 당황한 kt 신예 투수 안상빈이 흔들리며 결국 롯데는 역전승을 따냈다. 현재 롯데의 팀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홍성흔(두산 베어스) 이후 덕아웃 분위기를 이끌고 가는 선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이 감독이 주목한 부분. 그런 선수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손용석은 "덕아웃에서부터 분위기를 올려놔야 나도 동료들도 그라운드에서 무언가 분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응원단장'으로서만 가치가 있는게 아니다. 이번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8회말 2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아쉽게 범타로 물러났다. 이날 전반적으로 무기력했던 선수들의 플레이에 이 감독은 분노했지만 안타도 치고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인 손용석에 대해서는 "잘했다"라는 칭찬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용석은 2루와 3루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중요한 순간 한방을 쳐줄 수 있는 힘이 있기에 당장 1군 백업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신인급 선수들인 이창진, 강동수 등에게 기회를 줘왔던 이 감독을 고민하게 만드는 선수가 바로 손용석이다.

손용석은 "사실 지난 2년을 보내며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지금은 야구가 다시 재밌어졌다"라고 말하며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종훈 타격코치님께서 꼭 필요한 부분만 정말 잘 가르쳐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럴려면 시범경기에서 더 확실히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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