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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IA 윤석민, '치명적' 슬라이더 살아있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10 15:06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윤석민(29)은 착실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노력의 증거, 최강의 무기였던 '슬라이더'에 묻어났다. 첫 불펜 피칭에서 공개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10일 포항야구장에서 2015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파로 인해 취소됐다. KIA로 복귀한 윤석민이 동료들과 함게 훈련에 임했다. 힘차게 불펜 피칭에 임하고 있는 윤석민.
포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10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윤석민이 빠른 실전 등판을 위해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귀국 이후 계속 KIA 구단의 예정보다 한 두 스텝씩 빠르게 팀 복귀를 서둘러 왔던 윤석민은 지난 9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했다. KIA는 10일부터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2연전을 위해 9일 오후 원정숙소가 있는 경주로 향했다. 윤석민도 이 여정에 동행했다.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 훈련을 하면서 빨리 실전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다.

현재 김기태 KIA 감독은 윤석민의 실전 투입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 원래는 여유를 갖고 윤석민이 실전에 나설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석민이 열의를 보이자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김 감독은 10일 포항구장에서 "코칭스태프에게 윤석민을 준비시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준비'라는 건 실전 등판을 위한 플랜을 만들라는 뜻. 이렇게 되면 코칭스태프는 날짜별로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 그리고 각각의 투구수와 체크 포인트 등을 짜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실전 등판까지의 훈련 코스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단계가 되면 예상 등판일도 나온다. 결국 윤석민이 시범경기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과정의 일환으로 윤석민은 10일 포항구장에서 본격적인 첫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이대진 투수코치가 주축이 돼 미리 만들어놓은 투구 계획대로였다. 비록 이날 '이상 한파'로 인해 경기가 취소될만큼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불었지만 윤석민은 예정대로 투구를 했다.

날씨 등을 감안해 전력 피칭은 아니었다. 그러나 총 42개의 공을 구종별로 골고루 섞어 던지며 전반적인 투구 밸런스와 구위 등을 점검해나갔다. 포심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모두 던졌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비해 투구 폼은 좀 더 간결해져 있었다. 그러나 전력 피칭은 하지 않고, 밸런스와 구종별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투구였다. 구속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날씨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42개의 공 속에 윤석민의 지금까지 해온 훈련이 대부분 담겨있었다. 투구를 지켜본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 이대진 투수고치 등이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들 "몸을 잘 만들어왔네. 저 정도면 금세 실전 페이스를 만들 수 있겠다"면서 흡족해했다. 이 코치는 "KIA와의 재입단 계약을 전후 해서 약 1주일 가량 훈련을 못했다고 그랬는데, 별로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워낙 그 이전까지 몸을 잘 만들어놓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윤석민의 이날 첫 번째 불펜 피칭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는 윤석민의 '전가의 보도'같은 구종이다. 2011년 투수 4관왕을 달성할 당시 윤석민은 사실상 포심 패스트볼-고속 슬라이더의 '투피치'로 경기를 지배했었다. 150㎞가 넘는 포심이 꽂힌 뒤 면도날처럼 스트라이크존을 베고 나가는 시속 140㎞의 '고속 슬라이더'는 당시 타자들에게는 공포스러웠다.


비록 전력 투구가 아니라 이날 슬라이더 구속은 140㎞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 각도 변화만큼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윤석민의 공을 받은 불펜 포수가 "예전의 그 구위 그대로다"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1차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빠른 시일 안에 윤석민의 실전 등판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전에서 과연 윤석민의 치명적인 슬라이더가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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