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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 이탈시 스트라이크, 개선점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08 10:24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지는 올시즌 프로야구에 몇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야구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팬의 기대에 부흥한다는 목적.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그 가운데 '스피드업 강화' 규정이 있다. 경기 중 불필요한 행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전체적으로 프로야구 경기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올해 KBO가 마련한 경기 스피드업 강화 규정 중 '타자의 타석 이탈 시 자동 스트라이크' 규정이 경기 흐름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투구폼을 시연해보이는 김 감독.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프로야구의 '스피드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KBO 역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몇 가지 새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규정이 정말 실용적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시간 단축의 효과가 정말 있는지, 오히려 야구의 본질적인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진 않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시범경기 첫날. '스피드업 강화 규정'에 포함된 '타석 이탈 금지' 조항이 어색한 장면을 빚어냈다.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이날 대전구장은 유료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을 기록했다. 프로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이 야구장을 가득 메운 채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그런데 몇 가지 황당한 장면 때문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우선 3-0으로 앞선 한화의 3회말 공격. 무사 1루에서 4번 김경언이 타석에 나왔다. 상대 투수는 LG 선발 헨리 소사. 초구 볼에 이어 2, 3구는 연속 스트라이크.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는 소사는 바깥쪽 코스로 빠른 공을 하나 뺐다. 멀리 빠진 볼. 이때 김경언이 습관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이계성 주심이 김경언에게 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했다. 올해 바뀐 규정에는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발은 타석 안에 두어야 하며, 이를 위반시 투구없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고 돼 있다. 김경언은 이를 위반한 것이고, 볼카운트 2S2B에서 스트라이크를 하나 더 받아 삼진아웃 처리된 것이다.

잠시 후 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엔 LG. 0-6으로 뒤지던 LG의 4회초 공격이었다. 2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5번 이진영도 볼카운트 1S1B에서 상대 투수 탈보트의 3구째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자 아쉬운 듯한 고개를 들며 타석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자연히 두 발은 모두 타석에서 벗어났고, 자동으로 스트라이크를 받았다. 역시 삼진 아웃이다.


타자들은 종종 투수와의 수싸움 과정에서 타석을 벗어나거나 자기만의 루틴을 유지한다. 치열한 승부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고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 한다. 이 모두 야구의 흥미로운 승부 과정 중 하나다. 그런데 이걸 무조건적으로 제한하는 건 야구의 본질적인 흥미요소를 아예 제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타석 이탈 금지 규정이 과연 경기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는지도 의문이다. 김경언과 이진영이 타석에 다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을 줄이려고 아웃카운트 하나가 희생됐다. LG는 아예 이닝이 끝났다. 볼 카운트 하나로 승부의 흐름 전체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야구다. 팽팽한 상황에서 어이없는 스트라이크로 팀의 승패가 뒤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타석 이탈 시 자동 스트라이크 규정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한화 김성근 감독의 경우 "야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현장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없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는 점도 지적한다. 시간 단축은 좋지만, 그 제도가 경기 흐름이나 승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KBO의 제도 개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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