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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준은 지켰고, 오현택은 버렸다.
지난해 이 맘때 두 선수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구종 장착'이었다. 윤명준은 스플리터를 추가했고, 오현택은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다.
두 선수가 그동안 이 구종을 익히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윤명준은 비교적 손가락이 짧다. 때문에 검지와 중지를 벌려서 던져야 하는 포크볼 계열의 스플리터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윤명준은 구종이 단순하다. 패스트볼의 위력은 대단하고, 커브의 각도 예리하고 날카롭다. 하지만 그 이외의 공이 필요했다. 프로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던지기 위해서는 윤명준 입장에서 구종 추가가 필요했다. 결국 선택한 구종이 스플리터였다. 의외로 잘 맞았다.
실전적용에도 문제가 없었다. 보통 완벽히 한 구종을 익히기 위해서는 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윤명준은 "지난해 스플리터를 간간이 구사,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에게 스플리터를 던진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측면이 있다"며 "올해 스플리터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2년째인 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두산은 노경은의 이탈로 윤명준의 마무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스플리터가 제대로 장착된다면 마무리의 중압감을 벗어나 좋은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오현택은 서클 체인지업을 익혔지만, 오히려 손해를 봤다. 서클 체인지업의 여파 때문에 강력했던 패스트볼과 예리했던 슬라이더의 각이 무뎌졌다.
이유가 있었다. 오현택의 투구 메커니즘은 팔이 뒤에서 길게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다. 간결하게 나오면서 그대로 릴리스를 한다. 때문에 잡아채는 느낌이 강하다.
서클 체인지업은 쓸어서 던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오현택의 기존 투구 메커니즘과는 맞지 않는 구종이었다. 결국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기존의 구종마저 위력이 떨어졌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오현택은 "이젠 서클 체인지업의 그립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완전히 버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변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투심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투심은 서클 체인지업과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비슷한 궤적을 갖지만, 좀 더 빠르고 떨어지는 각이 많지 않다. 쓸어던지는 서클 체인지업과 달리 투심의 경우 그립을 달리한 패스트볼의 일종이기 때문에 오현택의 투구 메커니즘과 상충되지 않는다.
여기에 또 하나가 있다. 오현택은 포크볼을 익히고 있다. 두산 투수들이 많이 익히는 구종이지만, 오현택의 투구 폼에 잘 맞아 떨어지는 구종이기도 하다. 오현택은 "던져보니까 내 투구폼과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오른쪽 타자를 상대로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매우 절실하다. 오현택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라고 에둘러 그 절실함을 표현했다. 극심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명준은 지켰고, 오현택은 바꿨다. 다시 한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