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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방망이 실력만 천재인 줄 알았더니, 센스도 천재급.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KIA가 1회 최형우의 스리런포로 기선을 제압하자, 야금야금 추격하던 LG가 5회 한 꺼번에 5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1점차 승부. 6회부터 시작된 불펜 싸움. 후반 승기를 가져온 건 KIA였다. 7회 3점으로 역전에 성공하고, 8회와 9회 쐐기점까지 따내며 점수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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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김도영 강공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동점도 중요하지만 역전 점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김도영이 1S 상황서 박명근의 커브를 번트로 연결시킨 것이다.
초구였다면 모를까, 1S 상황이었기에 김도영 번트 확률은 더 떨어졌다. 작전도 아닌 듯 보였다. 처음에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기습번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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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쪽, 코스가 절묘했다. 그리고 LG 수비진이 번트에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타자, 주자들 다 살았다. 여기에 포수 박동원이 무리하게 3루에서 김선빈을 잡으려다 악송구를 해 KIA쪽 점수가 들어왔다. 그리고 무사 2, 3루 찬스가 이어졌다. 역전의 발판이 제대로 마련된 순간이었다. 경험 많은 포수 박동원이 번트를 예상했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수비를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황한 나머지,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고 말았다.
최근 감이 너무 좋으니, 화끈하게 쳐 만원관중에게 보답하고픈 욕심이 있었을텐데 김도영은 냉철함을 잊지 않고 절묘한 번트로 경기 방향을 바꿔버렸다.
경기 후 이 번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1S 상황서 번트 사인이 난 것이다. 먼저 상대가 대처하지 못할 걸을 예측해 작전을 낸 이범호 감독이었다. 초보답지 않은 묘수였다. 1S 상황서 김도영의 안정적 희생번트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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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티 나게 희생번트로 대지 않고, 기습번트로 만든 건 김도영의 야구 센스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방망이 치는 것만 천재인 줄 알았더니, 야구 센스도 '천재급'이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