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빠진 듯, 안개에 갇힌 듯.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던 '혼돈의 지역'에 서서히 빛이 비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외야 라인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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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점은 21일 삼성전이다. 삼성이 어떤 팀인가. 당대 최강이다. 2011년 한국시리즈부터 지난해까지 도합 4번의 우승을 따낸 팀이다. 게다가 이날 삼성은 정예 멤버가 총출동했다. 한화 역시 앞선 3경기와는 전혀 다른 라인업을 준비했다. 김태균과 송광민 최진행 등 그간 실전에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다. 심지어 전날 급하게 고치 2군 캠프에서 넘어온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까지 있었다.
결과는 1점차 역전승. 지고 있을 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고, 전세를 뒤집었을 때 들뜨지 않았다. 침착하게 1점차 리드 상황을 마무리 했다. 선수단의 자신감이 당연히 끌어올랐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73)만큼은 이 승리에 도취되지 않았다. 어차피 연습경기. 실력을 점검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연습경기에서 전승을 한다고 해서 정규시즌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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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견수는 외인타자 모건이 꿰찰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12월 모건 영입 이후 김 감독은 일찌감치 중견수로 못박았다. 기존의 국가대표 중견수 이용규가 있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재활에 빠져 있느라 중견수를 맡기기 어려웠다.
그런데 잠시 돌발 변수가 등장했었다. 고치 캠프에 합류한 모건이 완벽하게 훈련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만들어오지 못한 것. 실망한 김 감독은 결국 모건을 서산 2군 캠프로 보내 이정훈 감독에게 배우도록 지시했다. 다행히 모건과 이정훈 2군 감독의 호흡은 원활했다. 모건 역시 한화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만들겠다며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그 결과 20일 오키나와 캠프로 재합류해 21일 삼성전에 뛰었다.
양쪽 코너 외야도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다. 중견수 자리를 모건에게 내준 이용규는 현재 어깨 상태가 80~90%가까이 회복된 상황이다. 송구 연습의 피치도 서서히 높여가고 있다. 지난 20일 훈련을 하던 이용규는 "캠프 시작 이후 가장 기분 좋게 송구를 했다"며 어깨 상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용규는 조만간 연습경기에서 수비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용규와 함께 오키나와에서 재활을 했던 최진행 역시 컨디션이 상당히 회복됐다. 당장 경기에 나서도 된다. 21일 삼성전에는 지명타자를 맡았는데, 상황에 따라 외야에 나갈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지명타자로서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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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