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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김광현은 전형적인 '투피치(2-pitch)' 스타일의 투수다.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을 사용해 힘을 앞세운 투구로 2008년과 2010년 각각 16승, 17승을 올렸다. 20대 초반 그는 150㎞를 웃도는 강속구와 140㎞ 안팎의 빠른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력도 힘이 실린 공의 위력에 상쇄됐다. 그러나 2011~2012년, 그는 어깨 및 팔꿈치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2013년 규정이닝을 넘기며 10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전성기 구위는 아니었다.
2개월전 메이저리그 입성이 좌절된 후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장착하지 않고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1차 전훈지였던 미국 플로리다 캠프부터 체인지업 연습을 본격적으로 해나갔다.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해서도 꾸준히 체인지업을 갈고 닦는 중이다. 지난 15일 전훈 4번째 불펜피칭 때는 체인지업이 잘 구사됐는지, 계획보다 많은 88개의 공을 던졌다. 그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생각대로 이뤄진다면 김광현은 '포피치(4-pitch)' 투수로 불러도 손색없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SK 김상진 투수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 코치는 "체인지업을 배우는 게 쉬운 투수가 있고 어려운 투수가 있다. 그것은 투수마다 다르다"면서 "광현이의 경우 팔의 각도가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체인지업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은 폼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즉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폼이 직구와 때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간파당할 소지가 크다는 의미. 그런 식으로 체인지업을 던진다면 지금 배울 이유가 전혀없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직구라고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 공이 끝에서 덜 떨어지더라도 폼을 직구처럼 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상대타자가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던지는구나'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맞아도 좋다는 마인드로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현도 "직구와 슬라이더만 타자들이 생각하는데 체인지업은 내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다. 김상진 코치님, 김원형 코치님, 제춘모 코치님 모두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타자에게)맞더라도 던지겠다. 그래야 안맞는 방법을 안다"며 체인지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발전속도가 눈에 보인다는 게 김 코치의 분석이다. 김 코치는 "몇 년전부터 체인지업을 시도했지만, 잘 안되니까 실망도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긍정적이다. 되는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고, 되면 좋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광현에게는 또 한 번의 도전이다. 물론 더 큰 무대를 겨냥한 일종의 자기개발이다. 김광현은 오는 26일 니혼햄 파이터스를 상대로 연습경기 첫 등판을 할 예정이다. 체인지업을 얼마나 구사할 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