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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체인지업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2-22 10:07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구장 불펜에서 연습투구를 하고 있다. 이날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위주로 88개의 공을 던졌다. 오키나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전형적인 '투피치(2-pitch)' 스타일의 투수다.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을 사용해 힘을 앞세운 투구로 2008년과 2010년 각각 16승, 17승을 올렸다. 20대 초반 그는 150㎞를 웃도는 강속구와 140㎞ 안팎의 빠른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력도 힘이 실린 공의 위력에 상쇄됐다. 그러나 2011~2012년, 그는 어깨 및 팔꿈치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2013년 규정이닝을 넘기며 10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전성기 구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2014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풀타임을 소화, 173⅔이닝을 던지며 13승을 따냈다. 제구가 불안하고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쳤다. 또 하나의 소득도 있었다. 실험에 그쳤던 커브를 승부구로 던질 줄 알게 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구종 장착에 성공한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김광현은 또 한 번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체인지업을 연마중이다. 김광현의 체인지업은 엄지와 검지로 'O'를 만들어 공 옆에 대고 세 손가락으로 잡고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이다. 사실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3년전부터 체인지업의 필요성을 느껴 연습을 해봤지만, 실전서 효과적으로 던져보지는 못했다. 지난해 4월 18일 KIA 타이거즈전 등판을 살펴보면, 투구수 103개 가운데 직구 59개, 슬라이더 31개, 커브 6개에 체인지업은 7개였다. 대부분 높은 코스에서 형성됐고 결정구를 던진 것은 한 개 밖에 없었다.

2개월전 메이저리그 입성이 좌절된 후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장착하지 않고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1차 전훈지였던 미국 플로리다 캠프부터 체인지업 연습을 본격적으로 해나갔다.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해서도 꾸준히 체인지업을 갈고 닦는 중이다. 지난 15일 전훈 4번째 불펜피칭 때는 체인지업이 잘 구사됐는지, 계획보다 많은 88개의 공을 던졌다. 그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생각대로 이뤄진다면 김광현은 '포피치(4-pitch)' 투수로 불러도 손색없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SK 김상진 투수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 코치는 "체인지업을 배우는 게 쉬운 투수가 있고 어려운 투수가 있다. 그것은 투수마다 다르다"면서 "광현이의 경우 팔의 각도가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체인지업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은 폼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투수의 투구는 직선운동이 아니라 회전운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 코치는 "피칭은 회전운동이다. 공을 던질 때 몸이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직선운동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허리와 하체가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내딛는 회전운동이다. 이때 허리의 회전과 공의 릴리스포인트가 밸런스를 이뤄야 하는데 광현이처럼 내리꽂는 스타일은 그것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제구가 불안해지고 체인지업 낙하폭도 작아질 수 있다. 체인지업의 낙하폭을 크게 하려면 팔의 각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폼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폼이 직구와 때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간파당할 소지가 크다는 의미. 그런 식으로 체인지업을 던진다면 지금 배울 이유가 전혀없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직구라고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 공이 끝에서 덜 떨어지더라도 폼을 직구처럼 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상대타자가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던지는구나'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맞아도 좋다는 마인드로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현도 "직구와 슬라이더만 타자들이 생각하는데 체인지업은 내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다. 김상진 코치님, 김원형 코치님, 제춘모 코치님 모두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타자에게)맞더라도 던지겠다. 그래야 안맞는 방법을 안다"며 체인지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발전속도가 눈에 보인다는 게 김 코치의 분석이다. 김 코치는 "몇 년전부터 체인지업을 시도했지만, 잘 안되니까 실망도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긍정적이다. 되는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고, 되면 좋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광현에게는 또 한 번의 도전이다. 물론 더 큰 무대를 겨냥한 일종의 자기개발이다. 김광현은 오는 26일 니혼햄 파이터스를 상대로 연습경기 첫 등판을 할 예정이다. 체인지업을 얼마나 구사할 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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