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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가 전지훈련 중인 일본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에 들어서면 바로 눈을 잡아끄는 게 있다. 외야 펜스 좌우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현수막 2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오랫동안 야구에 매달려 온 스페셜리스트다. 개인 성적, 팀 성적이 연봉으로 이어지는 직업인이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관성처럼, 기계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잠재력을 갖고 있는 유망주라고 해도 꽃을 피울 수 없다. 매일 심기일전해 야구에 매진하라는 게 김 감독의 메시지다.
선수가 본인뿐만아니라 팀을 생각하라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
달라진 KIA를 접한 야구인들은 김 감독의 존재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눈에 띄는 게 하나 더 있다. 긴베이스볼스타디움 전광판 뒤 게양대 중앙에 걸려있는 하얀깃발이다. KIA 선수들이 이번 시즌 목표, 소망을 써서 올렸다고 한다. 시즌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KIA 선수들은 두 개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 프로야구 사령탑들은 짧고 강렬한 '경구'를 통해 자신의 야구 철학, 지도 방침,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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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팀' 히어로즈는 2013년에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2008년 팀 출범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우승을 다퉜다.
지난해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잠실구장에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적히 대형 스티커를 붙였다. 자신감을 갖고 야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전지훈련중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는 '10% 더'라는 현수막이 매일 선수들을 바라본다.
KIA 선수들은 어느 정도까지 자신과 팀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시즌 성적이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예전의 KIA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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