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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근의 사자후, "차라리 비난받으련다" [the 인터뷰]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23 08:42


한화 이글스가 18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훈련을 시작한 한화 선수단이 시영구장에서 베이스런닝 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8/

"차라리 비난받는 게 낫지. 나는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야."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김성근(73) 감독만큼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 이가 있을까. 학연과 지연의 끈에서 그만큼 완벽하게 자유로운 인물은 없다. '백그라운드'라는 건 애초부터 없었다. 글러브 하나들고 일본에서 건너와 '야구'라는 화두 하나를 붙잡은 채 반세기를 싸워왔다.

그 지난한 세월을 일일히 어떻게 다 되짚을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은 프로야구의 최고 명장이자 '리더십 강연'의 1인자로 불리지만, 사실 김 감독의 경력은 순탄치 않았다. 편견에서 출발한 비난과 험담을 그만큼 많이 받은 인물도 없다. 그 과정에서 12번이나 쫓기듯 감독직을 내놨다. 그러나 매번 현장으로 돌아와 '김성근의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에 대한 비난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이기려고 별 짓을 다 한다." "자기 욕심을 위해 선수를 혹사시킨다." "비인간적으로 선수들을 다룬다."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 "야구단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과 어눌한 말투를 갖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말들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묵묵히 해야 할 일만 해왔다.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 한 마디였다면, 좀 더 많은 오해를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는 왜 수 십년간 그 많은 비난과 험담을 그냥 견뎠을까. 궁금증이 치밀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솔직히 물었다. "감독님, 왜 그냥 참으셨습니까?" 일본 고치 시영구장. 불꺼진 방에서 김성근 감독을 독대했다. 참았던 사자후(獅子吼)가 터져나왔다. 김성근 감독과의 'the 인터뷰'.


한화 이글스가 18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 고치 동부구장에서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8/
-그 동안 수많은 비난과 편견을 참아오셨습니다

그랬지. 많았어.

-설명을 하셨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왜 설명하지 않았냐고? 허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변명하는 거라. 나는 지금껏 변명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고. 나에 대한 욕을 하는 사람들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거라.

-잘 모른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쌍방울 시절에 내가 한 경기에 투수 9명을 쓴 적이 있다고. 사람들은 욕을 해. 투수들을 혹사시킨다고.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고. 그런데 9명의 투수를 던지게 한 과정을 아무도 몰라. 리더라고 하는 건 사람들을 제 역할에 맞게 이끌어야 한다고. 투수들이 다 자기에게 맡는 역할이 있고, 그걸 과정을 통해 개발시켜야 하는 거지.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2일 오후 김성근 감독이 동부구장에서 정광운의 불펜피칭을 지도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2/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고 재미없는 야구라는 말도 있습니다

게임이라고 하는 거는 이기는 게 목적이야. 그런데 이기는 것도 잘 이겨야 한다고. 만약에 7대0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7대5로 이겼다고 해봐. 이겨도 손해야. 5점을 주는 과정에서 투수를 더 쓰잖아. 그 데미지가 쌓이는 게 나쁜거라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몰라.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게 나와요. 가장 좋은 거 아냐? 불필요한 힘을 안쓰고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SK 감독때 다들 나를 욕했지? 근데 이기고 우승하니까 다 SK를 따라했거든.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더 높아졌잖아. 빨라지고.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뭐가 더 좋은 건지는 결과로 나온다고.

-그래도 요즘에는 야구팬 사이에서 감독님 인기가 뜨겁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는 건 내가 약해졌다는 게 아닌가 싶어. 비난은 가장 강한 사람들이 받는거라고. 밑에 사람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는거야. 사람이라고 하는 건 세 단계로 평가될 수 있어요. 힘이 없고 약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깔보이게 돼. 만만하니까 무시당한다고. 뭘하든 관심을 못받아요. 그러다 중간쯤 강하면 칭찬을 받아. "저 사람은 착하다. 좋다" 이런 식으로. 둥글게 한편이 되는 거야.

비난이라고 하는건 가장 센 사람이 받아. 리더가 비난을 받는 거야. 가장 높이 올라있으면 온갖 바람을 혼자 맞게 된다고. 그걸 이기는 사람이 리더인거지. 내가 비난을 많이 받을 때는 힘이 아직 있다는 거라. 지금 사람들이 나를 좋게 말하는 거는 내가 힘이 약해졌다는 거라고. 그러면 나는 차라리 비난받는 게 편하고 낫지.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2일 오후 김성근 감독이 동부구장에서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2/
-최고의 인기 강연자이기도 한데요

SK에서 나오고 나서부터 강연이 늘어났어. 대기업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많이 불려 다녔지. 대기업 임원, 육군 참모총장, 대통령 앞에서 강연을 했어. 예전 일본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야구선수들 무식하다'는 게 있었어. 그 시대에는. 그게 싫었다고. 책을 읽었고, 거기 나온 이야기들을 선수단 미팅때 얘기해줬다고. 야구 얘기 대신에. 그 덕분에 최고 학교를 나온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야구계에서 그런 일이 많아져야해. 요즘은 책많이 읽고 공부해서 강연하는 후배들이 늘어났잖아.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한화의 훈련 강도가 너무 혹독하다는 말도 있는데요

지금 시간이 너무 없다고. 이 팀(한화)을 맡고나서 어떻게 하나 싶었어. 책상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나와. 캠프에 와서도 마찬가지야. 더 시간이 없어. 개막까지 40일 남짓 남았는데, 할 게 너무 많아요. 그걸 사람들이 모른다고.

-12월에 팀훈련을 하지 못한 게 아쉬우신가요

아쉽지. 마무리캠프에서 조금 만들어놓은 게 다 없어졌어. 아직까지 한국에서 개인훈련이라고 하는 거는 한계가 있어요. 자기 혼자서는 끝까지 끌고가지 못해요. 그래서 내가 선수협회에 여러번 물어봤어. 그래도 안된다고 하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시간이 사라졌어.

고치 현의원이나 시의원들이 야구장에 와서 내게 "시간이 많이 없으시네요"라고 한다고. 그 사람들은 아는거야. 팀이 준비가 안돼있다는 걸. 그걸 모른다고. 밖에서는. 할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 커요.


한화 이글스가 휴식일 다음날인 21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쳤다.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펑고를 치며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1/
-그래도 감독님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거에 해놓은 거는 그때로 없어지는 거라고.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고. 그걸로 계속 생각하면 안되는 거지. 나부터가 지난 거는 잊어버렸어. 이제 '한화 감독'이니까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거야. 예전에 이룬 것만 생각해서는 앞으로 갈 수가 없어요.

-훈련 과정에서 기대가 되는 면을 찾으셨나요

조금씩 아이들(김 감독은 선수들을 예전부터 늘 '아이들'이라고 불렀다)이 달라지는 모습이 나와. 몇몇 아이들은 이제 자기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몇 시간씩 쳐도 물마시러도 안가잖아. 빠져든거야. 투수도 재미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래도 앞으로 계속 가야하지 않나싶어. 시간이 정말로 없다고.

짧지만 깊은 대화를 마친 김 감독은 또 다시 코치의 보고를 듣고, 선수들의 훈련에 집중했다. 맡은 역할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수만 있다면 차라리 비난을 받겠다는 말이 머리속에서 울렸다. 그 울림, 꽤 오래갈 듯 하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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