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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밝히지 말아주세요."
아직은 훈련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없다.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코치들이나 선수들은 한결같이 공감한다. "이 정도는 몸풀기죠. 진짜 훈련은 아직 시작 전이에요." 하지만 김 감독과 처음으로 만난 선수들은 벌써부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냥 엄살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훈련이 녹록치 않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붕대투성이 손'이다. 마치 '증표'처럼 타자들의 손가락 마디와 손바닥에는 붕대와 반창고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스윙을 하다 물집이 생기고, 그게 터져 벗겨진 피부에서 진물이 흘렀다. 붕대라도 감아줘야 다시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다.
치료를 위해 붕대를 감는 게 아니라, 훈련을 계속 받기 위해 손을 보호하려고 감는다는 뜻. 한화 타자들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훈련에 임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선수가 덧붙인 마지막 말에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사진은 찍어도 좋은데, 제가 누군지는 밝히지 말아 주세요. 다른 동료들 손도 전부 이런 모양인데, 괜히 저 혼자 유난 떠는 것 같으니까요. 감독님도 좋게 보지 않으실 것 같네요. 손이 물집투성이, 붕대투성이가 돼도 상관없어요. 올해 정말 잘하고 싶으니까요." 손을 온통 휘감은 하얀 붕대는 한화 선수들의 오기와 자존심이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