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화 선수들 '지옥캠프' 앞에서 담담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15 10:07


고동진에게 송구 가르치는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15일부터 일제히 시작됐다. 본격적인 2015 시즌 레이스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캠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구단 사령탑과 선수들은 캠프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많은 준비와 구상을 해왔다.

특히나 한화 선수들은 올해 스프링캠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다름아닌 '김성근 감독의 캠프'이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 사령탑 중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시키는 감독이다. 이미 오리엔테이션도 확실하게 치렀다.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한화 선수들은 '입에서 나는 단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오리엔테이션'일 뿐이다. 기간과 훈련 강도 면에서 본격적인 스프링캠프는 마무리캠프에 비할 바 아니다. 훨씬 더 독하다. '지옥캠프'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미 김 감독을 겪어본 많은 선수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런 '지옥캠프' 속으로 들어가는 한화 선수들의 표정이 굳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기꺼이 캠프를 치르겠다는 각오들이 크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몸을 내던지니까 편하더라고요." 이른 아침 공항으로 향하는 한 선수의 말 속에 한화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각오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건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각성'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김성근 식 캠프'에 들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한화 선수들이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마무리캠프의 효과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치른 마무리캠프를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부상선수들이 많아 원하는 만큼의 훈련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캠프가 남긴 것은 있다. 선수들이 김 감독의 훈련 스타일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간판스타 김태균을 비롯해 신진급까지 모두 흙투성이가 됐다. 여기서 '특별대우는 없다'는 김 감독의 원칙이 재확인됐다. 또 훈련의 이유와 목적이 확실하고, 그 효과 역시 뚜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구르고 나면, 묘한 충족감이 몸을 채우는 경험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선임자들의 충고'다. 이미 SK에서 김 감독의 훈련을 경험했던 동료들로부터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전해들은 것이다. 야수진에서는 정근우, 투수진에서는 송은범이 바로 '교관'역할을 했다. 동료들에게 김 감독의 캠프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팁을 공유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은 다른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결국 한화 선수들은 더 이상 김 감독의 '지옥캠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더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몸상태를 누구보다 면밀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이다. 강도높은 훈련을 시키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이번 캠프에 무려 5명의 트레이닝 코치들이 동행하는 것은 자칫 훈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김 감독의 안전장치다. 선수들은 그래서 안심하고 몸을 한계까지 내던질 수 있다. 고통이 따르지만, 그 노력이 달콤하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옥'으로 향하는 한화 선수들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달린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