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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섣부른 희망론'이 위험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11 09:26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김성근 감독은 "한화는 젊고 힘있는 팀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스포츠조선 DB

섣부른 희망은 쓸데없는 절망만큼이나 무가치하다. 순간적으로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만큼, 실제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 스토브리그부터 시작된 '한화 희망론'은 새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팀이었던 한화 이글스는 불과 석 달만에 최고의 이슈메이킹 구단이 됐다. 벌써부터 2015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탈꼴찌는 이미 확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포스트시즌 진출론'에 '우승 후보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프로야구 최고의 승부사이자 육성능력을 지닌 '야신' 김성근(73)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3년 만에 프로야구계에 돌아온 '야신'은 그간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한화 선수들을 충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다. 마무리캠프부터 특유의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더불어 스토브리그에서 한화 구단의 효율적이고 과감한 움직임 역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FA 시장에서 배영수와 송은범, 권 혁을 붙잡아 마운드를 강화했고, 외국인 수급도 원활했다. 10승 이상이 가능한 셰인 유먼, 미치 탈보트를 데려왔다. 또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를 거친 외야수 나이저 모건까지 영입했다.


고동진에게 송구 가르치는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조건일 뿐,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한화는 지난 3개월간 '강팀'으로 바뀔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정말 '강팀'이 된 것일까.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이전처럼 밀리지 않을 수 있게된 것일까.

냉정히 말하면 'Not yet(아직 아니오)'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성근 감독 역시 "아직 멀었다. 걱정이 많다"고 할 정도다.

섣부른 희망을 잠시 미뤄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한화에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시작이 임박했는데, 재활을 완료하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다. 특히나 이 선수들은 대부분 팀의 주축 선수들이다. 오죽하면 메인 캠프를 일본 고치에 따로 만들어두고, 재활 선수들을 위한 별도 캠프를 오키나와에 차릴 정도다.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간 선수들의 면면을 보자. 투수에서는 이태양과 박정진, 윤규진, 유창식이 있다. 이태양과 유창식은 선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간판 영건들이다. 박정진은 불펜의 핵심 베테랑, 그리고 윤규진은 강력한 마무리 후보다. 큰 부상이 있는건 아니지만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남들보다 더 시간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야수진의 면면은 더 화려하다. 외야수 이용규와 최진행 그리고 내야수 송광민. 모두 고치가 아닌 오키나와로 향했다. 김 감독은 "몸상태가 확실히 호전돼야 고치로 부르겠다"는 방침이다. 오키나와 캠프에는 코치진은 따라가지 않는다. 오직 트레이닝 파트만 동행해 선수들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한다. 기술 훈련 시작은 그만큼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김성근 감독은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린다. 대세를 읽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신기묘묘한 작전을 구사한다. 또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숨겨진 진짜 능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진짜 '신'은 아니다. 아픈 선수를 단숨에 낫게 할 능력은 없다.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물론 김 감독은 하릴없이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부단히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건 자명하다. 그래서 한화의 스프링캠프는 매우 힘든 여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걸 어떻게 마치느냐에 따라 올해 성적이 좌우된다. 훈련 성과가 좋지 못하면 나쁜 성적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섣부른 희망은 일단 뒤로 미뤄두는 게 나은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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