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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투수 FA 첫 성공사례 나올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1-06 10:48


야구계에 여러 속설이 있는데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 생긴 속설이 하나 있다. 바로 '이적한 투수 FA는 성공하지 못한다'이다. 이제껏 많은 투수들이 FA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났지만 새 둥지에서 이전만큼의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팀의 주축 투수로 좋은 피칭을 해주길 바랐던 팬들은 이들의 부진에 실망하며 '먹튀'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FA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첫 투수 이적생이 된 이강철(해태→삼성·2000년)을 시작으로 이상목(한화→롯데) 진필중(KIA→LG) 조규제(현대→KIA·이상 2004년) 박명환(두산→LG·2007년) 정대현 이승호(이상 SK→롯데) 임경완(롯데→SK) 송신영(LG→한화·이상 2012년) 정현욱(삼성→LG·2013년) 등 그동안 새로운 팀으로 옮긴 투수들은 기존 팀의 주축 선발이나 불펜 요원이었지만 팀을 옮긴 이후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투수 FA가 모두 실패작은 아니다 송진우(한화)는 처음으로 FA를 두번이나 행사하며 한화의 프랜차이즈로 명성을 얻었고, 지난해 60억원의 거액 계약을 했던 삼성 장원삼은 11승5패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었다. 그런데 팀을 옮긴 투수 FA에서만은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FA가 되기 위해 9시즌 이상을 뛴 투수들의 구위가 예전만 못할 수밖에 없다는 체력적인 면을 얘기한다. FA를 위해 부상을 무릎쓰고 던지면서 몸상태가 악화돼 첫해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먹튀' 이미지가 강해졌다고도 한다. 또 원 소속구단에서 타 구단으로 옮기도록 둔 것은 '가도 된다'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즉 그 투수의 몸상태와 구위 등을 잘아는 소속구단이 앞으로 활약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정가격만 제시하고 잡기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

올시즌 팀을 옮긴 투수 FA는 무려 5명이나 된다. 역대 최다다. 삼성의 주축이었던 배영수와 권 혁이 한화로 옮겼고, KIA 송은범도 옛스승 한화 김성근 감독의 품에 안겼다. 99년에 입단해 15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김사율도 kt 위즈로 옮겨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롯데의 왼손 에이스였던 장원준은 4년간 84억원이란 투수 역대 초고액으로 두산 베어스로 옮겼다. FA 광풍으로 올해 가장 많은 7명이 이적했는데 이 중 5명이나 투수인 것은 그만큼 팀들이 투수들을 필요로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중 '이적한 투수 FA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깰 투수가 나올 수 있을까. 역시 가장 관심은 장원준이다.

원 소속구단인 롯데가 88억원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뿌리치고 4억원이나 적은 두산으로 옮긴 것 자체가 미스터리로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롯데가 '다른팀으로 가도 된다'라는 식으로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잡으려 했던 선수이기에 좋은 성적을 기대할만하다. 배영수와 권 혁 송은범의 최근 모습은 분명 예전보다는 하락세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있기에 기대를 갖게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투수 교체를 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이 오히려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사율도 신생팀인 kt에서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듯.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보일 수 있다.

이들의 성공여부는 앞으로의 FA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번 이적 투수들이 좋지 못한 성적을 올린다면 앞으로 나올 투수 FA에 대해 다른 팀이 눈독을 들이기 쉽지 않다. FA 몸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실패에 대한 부담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4년 84억원을 받고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장원준은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지만, 두산은 올해 그가 니퍼트와 짝을 이뤄 15승 이상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2015 FA 이적 현황

권 혁=투수=9=삼성→한화=4년 32억원(옵션 4억원)

배영수=투수=4=삼성→한화=3년 21억5000만원

송은범=투수=9=KIA→한화=4년 34억원(옵션 4억원)

김사율=투수=9=롯데→kt=3+1년 14억5000만원(옵션 1억5000만원)

장원준=투수=9=롯데→두산=4년 84억원(옵션 4억원)

박기혁=내야수=9=롯데→kt=3+1년 11억4000만원(옵션 9000만원)

박경수=내야수=9=LG→kt=4년 18억2000만원(옵션 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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