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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성근 감독 "한국야구, 2015년은 새도약의 원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1-01 09:06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이 취임식을 가졌다. 28일 대전구장에서 진행된 한화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연봉 각각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017년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까지 프로야구 5개 팀 감독을 역임했다. 프로통산 2327경기에 출장해 1234승 57무 1036패를 기록했고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 와이번스 감독 재임시절 3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8/

"한국 야구의 미래? 전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노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내일의 승부에 대한 고민,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 가에 대한 걱정으로 밤새 뒤척이는 일이 다반사다. 예전에도 그랬다. SK 와이번스 감독시절, 그는 경기에 출전할 선수들의 명단 하나만 가지고도 밤을 하얗게 밝히곤 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평생의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민을 거듭하면 팀과 선수들, 그리고 야구계 전체에 대한 문제점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 3년 만에 다시 프로무대로 돌아온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의 어조는 그래서 강하다. 또한 생생하다. 새해를 맞이해 김 감독이 바라보는 2015년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전망, 그리고 '1000만 관중시대'로의 도약을 위한 고언을 들었다.

좌절에서 희망을 바라보다

2014년은 김 감독에게 매우 특별한 한 해였다.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고양 원더스의 해체와 한화 이글스 감독 복귀다. 극과 극의 사건. 김 감독은 2014년을 이 두 가지 사건으로 요약했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아쉬움도 크고, 나 개인적으로도 아팠지만 야구계 전체로 봐도 어마어마한 손실이었다. 그 사건으로 크게 실망했었다. 그런데 또 3년 만에 한화가 불러줘서 다시 프로야구에 들어오게 된 일이 뒤따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실망했다가 다시 희망을 찾아나가게 된 한 해가 아니었나싶다"

2014년은 마치 김 감독의 야구 인생을 축소해놓은 것만 같다. 크나큰 좌절과 새로운 희망이 그의 야구 인생에 늘 교차했다. 스스로 "나는 11번이나 (감독직에서) 짤린 사람"이라고 농을 할 정도다. 그만큼 엄청난 굴곡을 겪었지만, 또 12번이나 새로 감독직을 맡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김 감독이 갖고 있는 힘과 지도력이 또 그렇게 새 희망을 만든 것이다. 2014년도 마찬가지였다.


한화로 이적한 배영수, 권혁, 송은범의 입단식이 11일 대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스카이홀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화는 FA 투수 배영수와 3년간 총액 21억 5천만원, 송은범과 4년간 총액 34억원, 권혁과 4년간 총액 3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2.11/
144경기, 한국에서 무리다. 철저한 선수 관리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2015년을 매우 큰 기대속에 맞이했다. 2011시즌 도중 SK 감독직을 내려놓은 이후 3년 만에 다시 사령탑을 쥐고 프로야구계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된다. 요즘의 야구트렌드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한화를 다시 명문팀으로 만들어 '우승'하도록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고민도 많다. 2015시즌에 드디어 10개 구단 시대가 열린다. 팀당 경기수도 144경기로 대폭 늘어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이를 관중 흥행의 대폭발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변화에 대한 기대와 마찬가지로 우려도 하고 있다. "2015년에 가장 중요한 건 내용있는 야구를 관중에게 보일 수 있나하는 점이다. 수준이 담보돼야 한다". 김 감독은 자칫 프로야구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프로야구단 인프라에서 144경기는 매우 힘겨운 일정이라는 것. 김 감독은 "우리 현실에서 144경기는 무리다. 쉬는 일정도 제대로 없지 않나. 당연히 선수가 혹사될 수 밖에 없다. 외국 사람들하고 우리 선수들하고는 체력의 질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구단과 KBO가 더 많이 선수들을 배려해야 한다. 돈만 많이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 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감독은 "구단은 선수를 '재산'으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을 했다. "기본적으로 선수가 구단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면 그 재산을 아끼고 잘 쓸 수 있도록 엔트리도 늘리고, 부상자 관리도 철저하게 해줘야 한다. 이제 선수 몸값이 80~90억이 된 시대 아닌가. 선수 한명을 놓치면 거의 100억원이 날라갈 수도 있다. 구단에서 선수들을 더 보호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FA 등급제, 소외받는 선수위해 반드시 필요

이어 김 감독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뜨거운 광풍을 불러 일으킨 FA제도에 대해서도 강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FA는 좀 이상하다. 극소수의 선수들만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제도 아닌가. 이렇게 되면 구단이나 선수 양쪽에 모두 부담이 된다. 또 일부 A급 선수들만 수십억의 대형 계약을 맺는다. 중간급 선수들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소외당하는 일도 있다"고 지적한 뒤 "그래서 'FA등급제'가 필요한 것이다. 벌써 시행 해야했다. 이 제도를 통해 중간 선수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고, 선수 몸값이 기형적으로 올라가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FA등급제는 이미 구단들 사이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1박2일간 부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윈터미팅에서 이미 'FA등급제'의 도입이 큰 틀에서 합의됐다. 세부 시행 규칙은 추가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이르면 2015년 시행도 가능하다. 김 감독은 "원칙은 원칙대로 지켜야 한다. 그런 것들을 조금씩 어기면서 구단들도 힘들어지고, 야구계도 전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어렵고,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겠지만 원칙만큼은 지켜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이 취임식을 가졌다. 28일 대전구장에서 진행된 한화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이 김태균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연봉 각각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017년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까지 프로야구 5개 팀 감독을 역임했다. 프로통산 2327경기에 출장해 1234승 57무 1036패를 기록했고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 와이번스 감독 재임시절 3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8/
한국야구의 미래, 세계에서 찾자

한편으로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야구의 미래가 한국 안에만 고정돼 있으면 안된다. 틀에 갖히면 안된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계에 수많은 지인과 정보통을 갖춘 김 감독은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글로벌화'를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이 기회다. 전세계의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KBO의 명확한 방향 설정을 주문했다. "글로벌 시대를 위해서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걸 따라가야 한다. KBO가 지금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글로벌화에 대한 방향 설정은 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우리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 자유롭게 나갈 수 있게 하고, 또 해외 선수들이 우리나라로 오는 방법도 더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재일 교포 선수들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의 문호를 여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해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 외국인 선수 몸값의 거품도 분명 줄이는 효과가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국내가 아닌 세계 무대의 관점에서 찾으려 해야 한다는 김 감독의 말은 마치 도저히 70대의 생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젊은 사람들의 그것만큼이나 획기적이고, 열려있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12년부터 2년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았다. 소외되고 밀려난 소위 'C급' 선수들을 불러모아 기본부터 다시 가르쳤다. 그들의 열정을 다시 태웠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도 다시 새로운 의욕을 불태웠다. 그 결과 수많은 '원더스 출신' 프로선수가 태어났다.

이런 모습을 보며 김 감독은 '전정한 프로페셔널'에 대한 철학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하는 건 돈이나 명예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더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 그런 진짜 프로페셔널이 몇이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는 모습이야말로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기본이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팬들에게 어필하는 야구는 어려운 게 아니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식으로는 '베스트가 뭔지 생각하고 하는 야구'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베스트'라는 건 컨디션이 100%일 때만 나오는 게 아니다. 컨디션이 10%라도 그 안에서 베스트가 있고, 50%나 100%일때 또 그만큼의 베스트가 있다. 그렇게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 그게 바로 야구로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게 바로 이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길이고, 한국야구가 가야할 길이다. 프로페셔널은 그런 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대 연봉, 개인의 명예, 팀의 승리.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지표다. 누구도 '야구를 통해 희망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신년벽두에 '희망'을 말한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길에서 희망이 만들어진다고 굳게 강조한다. 그의 철학이 2015년 프로야구의 새로운 발전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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