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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열도의 공습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크리스 세든이 원소속팀의 끈질긴 설득을 뒤로 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요미우리가 제시한 액수는 SK측의 조건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첫 해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칠 경우 몸값을 몇 배로 올려주는 요미우리의 투자책이 세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0년에는 두산 베어스의 켈빈 히메네스가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이적했고, 앞서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야쿠르트 스왈로스), 2006년 KIA 타이거즈 세스 그레이싱어(요미우리), 2004년 두산 개리 레스(라쿠텐) 등이 일본팀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움직였다.
선수라면 실력을 키워 더 큰 무대로 가겠다는 것이 한결같은 꿈이다. 성공 가능성을 떠나 그들의 선택을 두고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선택의 권리가 있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안한 팀과 계약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적인 '리그의 질'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당장 전력을 높이기 방법은 FA 영입 밖에 없다. 유망주 육성은 시간이 걸리고, 트레이드는 국내 상황에서 효과를 거둔 케이스가 적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역대 최고액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는 등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총액 80억원 이상을 보장받은 선수만 해도 최 정(86억원) 장원준(84억원) 윤성환(80억원) 등 3명이나 됐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들의 해외 유출도 FA 몸값 폭등의 한 원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선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육성형 용병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가능성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싼값'에 자유롭게 뽑아 2군서 키워 전력 보강의 한 축으로 삼자는 의견이다. 토종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가 침해받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1군 외국인 엔트리를 지금처럼 3명으로 제한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방안도 있다. 경쟁을 심화시키고 자원을 다양화하자는게 취지다.
모 구단 단장은 "FA 몸값 해소를 위해 팀간 담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몸값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 육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FA에 들어가는 돈을 용병 등 다양한 자원을 영입하는데 쓰려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