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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하는 습관은 내 힘의 원천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내용이 다르다. 현역 시절 뿐만 아니라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야구에 관한 생각들 뿐이었으며, 뭔가가 뇌리를 스치면 메모지를 꺼내들곤 했다. 덕분에 그의 집 방 한 칸은 일기장과 메모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이사할 때 일부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강조한다.
김 감독은 자신의 메모 습관을 코치들이나 선수들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관과 철학을 메모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 한다. SK는 현재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다. 지난달 26일 시작한 마무리 캠프는 오는 30일까지 36일간의 일정이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바로 지시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이미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굳이 감독이 나설 필요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내가 바라는 야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치들이나 선수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데, 이때 선수에게 두 번의 지시가 내려져 혼란을 가중시킬 경우도 생긴다. 나와 코치들 사이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메모는 그때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낮에 메모한 것을 그날 밤 코치들과 논의한 뒤 최종 사항을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메모의 힘이 발휘되는 것은 이 시간이다.
김 감독은 최근 선수단 미팅 자리에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맹자'에 나오는 문구인 '종신지우(終身之憂)를 소개하며 "야구는 내 인생의 종신지우다. 평생의 근심거리라는 뜻이다. 여러분들에게도 야구가 종신지우가 되어야 한다"면서 "점점 야구를 알아가면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 역시 야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분은 스타가 아니라 슈퍼스타가 되어야 한다. 슈퍼스타는 기술, 재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추어야만이 가능하다. 그럴 때만이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가 자신의 종신지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김 감독은 메모지를 꺼내들고 '찾아서 해라', '생각해서 해라', '진심을 다해서 해라' 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고 한다.
14년만에 사령탑에 복귀한 김 감독이 메모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