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광현의 200만불과 역대 사례, 보험인가 희망인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11-12 12:06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이 200만달러(약 22억원)로 밝혀졌다. 역대 포스팅 시스템 사례로 본 그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 폭스스포츠의 켄 로젠탈 기자는 12일(한국시각)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좌완 김광현에게 200만달러로 최고 금액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텐포드 호텔에서 SK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이 열렸다. 메이저리그는 수년 전부터 김광현을 스카우트 1순위로 점찍었다. 류현진에 비해 제구력이 떨어지지만 파워는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처럼 2573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기는 어려워도 500만 달러 이상을 입찰한 구단이 나온다면 SK가 미국 진출을 허락할 가능성이 크다. SK는 다음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 김광현이 볼을 꺼내보이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mgin@sportschosun.com / 2014.10.29.
200만달러, 김광현은 '보험용' 카드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의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팀으로 다저스와 많은 경기를 펼쳐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문제는 포스팅 금액이다. 200만달러는 SK 와이번스가 기대했던 금액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금액이다. 류현진이 기록한 2573만7737달러(약 283억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인 걸 제외해도, 김광현의 활용도를 확실한 선발투수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류현진 이전에 한국프로야구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선수들을 보자. 2002년 임창용(당시 삼성)의 65만달러(약 7억원)이 최고였고, 1998년 이상훈(당시 LG)의 60만달러(약 6억5000만원)가 다음이었다. 2002년 진필중(당시 두산)은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라는 굴욕적은 금액을 받기도 했다.

200만달러는 류현진 다음으로 큰 액수지만, 한국에서 김광현을 '제2의 류현진'으로 생각한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미국에서는 김광현을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에 가깝게 보고 있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보험용 카드'다.

윤석민은 3년 총액 557만5000달러(약 61억원)에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김광현은 완전한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추진중이기에 이적료(포스팅 금액)이 필요하다. 대개 포스팅 금액이 영입 비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보면, 윤석민과 김광현의 계약 규모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볼티모어 윤석민의 개인훈련 모습.

윤석민은 올시즌 내내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2015시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이 있다고 하지만, 볼티모어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면 방출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윤석민의 계약은 매년 옵션 달성시 그 금액이 다음 시즌 보장금액에 포함되는 복잡한 '계단식 계약'이다. 능력에 따라 1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방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50만달러의 아오키가 보여준 희망, 도전해도 될까

연봉이 낮으면,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보장받기는 힘들어진다. 윤석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광현과 비슷한 액수의 포스팅 금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의 아오키 노리치카(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아오키는 지난 2011년 말 250만달러(약 27억5000만원)의 포스팅 금액에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포스트 이치로'로 꼽혔던 아오키는 당시 입단 테스트까지 받는 굴욕을 겼었다. 당시 밀워키는 약물 복용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외야수 라이언 브라운의 대체자로 아오키에게 250만달러를 베팅했다. 아오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채로, 일단 먼저 찔러 본 셈이었다.

아오키는 포스팅 금액과 같은 총액 250만달러에 2년 계약을 맺었다. 그래도 아오키는 빅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밀워키는 '저비용 고효율'을 낸 아오키에 대만족했고, 구단에 달린 3년째 옵션을 실행했다. 그리고 캔자스시티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투자 대비 큰 성과를 낸 셈이었다. 캔자스시티의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아오키는 이제 FA 대박을 노리고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아오키 노리치카. ⓒAFPBBNews = News1
김광현에게도 '제2의 아오키'가 될 가능성은 있다. 또한 포스팅 금액이 과거 불펜투수들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응찰을 받은 8명의 투수 중 선발 요원 6명은 1000만달러 이상을 제시받았으나, 불펜투수 2명은 100만달러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온 바 있다.

2003년 말 오츠카 아키노리는 샌디에이고와 포스팅 금액 30만달러에 2년 총액 15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모리 신지는 2006년 포스팅 금액 75만달러, 2년간 140만달러에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한 바 있다. 최소한 김광현은 이들보다는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김광현의 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SK로서는 내부 FA 한 명도 잡기 힘든 200만달러라는 처참한 금액으로 인해 실리도 명분도 찾지 못할 판이다. 김광현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다.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