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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청년의 첫 가을잔치는 승리의 축포로 수놓아졌다.
팀은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5회초다. 게다가 1사 1, 3루였다. 깊은 내야 땅볼로도 점수를 줄 수 있는 상황. 하필 상대는 LG 4번타자 이병규(7)였다. 부담감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조상우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이병규를 풀카운트 끝에 5구째 직구(시속 150㎞)로 유격수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험난했던 5회를 넘긴 조상우는 6회에는 한층 부담없이 더 막강한 위력을 보였다. 선두타자 이진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이날 홈런을 친 LG 스나이더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힘을 힘으로 이겼다. 이어 오지환을 2루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 이진영을 잡아내더니, 오지환의 도루 실패로 이닝을 마쳤다.
7회에는 대타 문선재와 채은성을 연이어 삼진과 2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거침이 없었다. 정성훈을 볼넷으로 내보낸 조상우는 김용의 마저 삼진으로 잡아냈다. 직구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시속 150㎞를 가볍게 찍으며 포수 미트에 쌩쌩 꽂혔다. 결국 조상우의 호투는 넥센의 6회말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이날의 히어로는 대타 3점포의 주인공 윤석민이 맞다. 그러나 조상우의 숨은 활약, 결코 윤석민에 뒤지지 않는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