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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카드를 빠짐없이 갖췄다. 꽁꽁 닫혀있는 문을 마음먹은 대로 열 수 있는 '만능키'를 손에 쥔 기분일 것 같다. 시즌 막판에 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최고의 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염경엽 감독이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개인 타이틀은 타자 부문 8개, 투수 부문 6개, 총 14개 부문다. 그런데 14일 현재 무려 10개 부문 1위가 히어로즈 소속 선수다.
올시즌 최고의 1번 타자, 2루수로 거듭난 서건창이 타율과 최다안타, 득점 1위에 랭크돼 있고, 박병호가 홈런 1위, 타점 공동 선두다. 또 강정호는 시즌 중반부터 장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8개의 타격 타이틀 중에서 6개 부문 1위. 설명이 필요없는 막강 화력이다. 박병호가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50~51호 홈런을 터트리며 5타점을 기록, 단숨에 타점 공동 선두로 올라갔다. 타점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2위와 격차가 커 1위가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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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이 다승과 승률, 한현희가 홀드, 손승락이 세이브 1위에 올라 있다. 최고의 선발과 최고의 불펜,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모두 보유한 셈이다. 사실 투수 부문 6개 개인 타이틀 싹쓸이 가능성도 있었다. 밴헤켄은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3위다. 시즌 후반 주춤하지 않았다면 4관왕까지 노려볼만 했다.
1985년 삼성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타이틀 독식이다. 1985년에는 11개 부문을 시상했는데, 도루와 장타율, 평균자책점을 뺀 8개 타이틀을 삼성 선수가 가져갔다. 타격과 출루율(이상 장효조), 홈런, 타점, 승리타점(이상 이만수), 다승, 승률(이상 김시진), 구원승(권영호) 타이틀이 삼성으로 갔다. 삼성의 간판 이만수와 장효조 김시진이 리그를 쥐락펴락한 것이다. 그해 삼성은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전후기 통합우승을 했다. 삼성이 4명의 선수에 집중된 반면, 히어로즈는 6명의 선수가 1위다.
올해 히어로즈는 어떤 모습으로 시즌을 마칠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