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바로는 복덩이였다.
단 한방으로 대구를 들썩이게 했다. 3-3 동점이던 8회말 1사후 나온 나바로는 LG의 바뀐 투수 유원상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우승 결승포를 날렸다. 2B1S에서 4구째 125㎞의 슬라이더가 가운데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오자 크게 퍼올렸고 맞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타구를 바라봤다.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것을 본 뒤 대구구장을 꽉 채운 팬들의 함성 속에 그라운드를 돌았다.
나바로의 시즌 31번째 홈런이자 98번째 타점이 삼성의 우승을 확정짓는 홈런이 된 것.
나바로는 시즌 내내 '복덩이'로 불렸다. 그가 1번타자로 나서면서부터 삼성은 상승세를 탔다. 시즌 초반 마땅한 톱타자가 없었던 삼성은 그래서인지 강력한 중심타선을 두고도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나바로가 1번에 배치된 뒤부터 삼성의 타선은 불이 붙었다. 나바로는 때론 출루로 득점을 하고 하위타선에서 만들어준 찬스에선 해결사로 나서며 삼성 타선의 핵심역할을 했다.
이날은 사실 속죄포였다. 3-0으로 앞선 6회초 수비때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책을 저질렀던 것. 1사 1루서 3번 박용택의 직선타구를 쉽게 잡는 듯했으나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뒤로 굴러갔다. 2사 1루 내지 병살플레이까지 가능했던 상황이 이어진 우익수의 실책까지 이어지며 1사 2,3루가 됐다. 결국 추격의 1실점을 했고 삼성은 7회 2점을 더 내주며 3-3 동점이 됐었다.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홈런 한방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 한방에 4위 확정에 기대감을 높였던 LG는 더이상 추격을 할 수 없게 됐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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