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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황재균, 두 반전 사나이가 만든 반전 드라마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9-29 12:2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 경기가 28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이 우전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 윤영환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9.28/

민병헌(두산 베어스)과 황재균(롯데 자이언츠).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반전을 만든 사나이들. 그들의 반전 드라마는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한 순간 반전을 위해 마음의 끈을 다잡은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값진 드라마였다.

마운드는 안지만(삼성 라이온즈)이었다면, 타선에서는 두 사람이 만들어낸 극적인 역전극이었다. 2-3으로 끌려가던 8회초, 민병헌이 선두타자로 나와 잘던지던 상대 선발 천관위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4-3 역전에 성공한 상황서 황재균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사실, 대회 전 이 두 사람이 아시안게임 최고 스타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민병헌은 김현수(두산)-나성범(NC 다이노스)-손아섭(롯데 자이언츠)를 받치는 백업 외야수 정도의 활약을 기대했다. 황재균의 경우 1번-주전 3루수로 낙점을 받았으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본 대회 주전 자리를 김민성(넥센 히어로즈)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 경기가 28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2,3루 황재균이 2타점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9.28/
금메달만 따면 된다지만, 각 팀 주축 선수들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민병헌은 "나는 백업이었다. 그냥 동료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라고 말하며 "평소 하던대로 하자는 마음을 처음부터 먹은 것이 이번 대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황재균도 "18일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 1번으로 나섰는데, 연습경기인데도 너무 긴장되고 떨리더라"라며 대표팀 1번타자의 부담감을 설명했다. 자기 한 사람 때문에 팀 전체가 피해를 입으면 안된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은 것이다.

하지만 반전 스토리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병헌은 공교롭게도 황재균 때문에 기회를 잡았다. 황재균이 1번에서 낙마하자 류중일 감독은 두산의 1번타자인 민병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우익수 손아섭을 지명타자로 돌리는 강수를 뒀다. 결과는 대성공. 민병헌은 대회 내내 1번 타순에서 밥상을 완벽하게 차렸다.

황재균은 동료 김민성의 부상 여파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7번 타순은 황재균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부담을 털고 집중할 수 있었다. 중국과의 준결승전 4안타에 결승전에서도 병역 미필 선수 중 혼자 떨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황재균은 "오히려 한 번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니 마음이 편했다. 준결승, 결승전에 바로 나갔다면 긴장을 했겠지만 예선전부터 경기를 뛴게 컨디션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더욱 멋져보였던 것은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기 때문. 이미 군대를 다녀온 민병헌은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이렇게 금메달을 따 기분이 매우 좋다. 시상대에 오르니 국가대표로서의 감격 때문에 눈물이 나오더라. 물론, 동료들은 네가 왜 우냐라고 놀렸다"라고 했다.

황재균도 당당히 약속을 했다. 황재균은 "이번 금메달로 인해 개인적으로 좋은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병역은 병역이고, 국가대표는 국가대표다. 나는 대표팀에서 이렇게 야구를 하는게 너무 즐겁고 좋다. 앞으로 내 실력이 좋아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면, 무조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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