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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경연을 지켜볼 수 있는 인천아시안게임. 그 중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은 종목은 바로 야구였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자체가 볼거리였다. 그리고 그렇게도 원했던 금메달까지 따냈으니 최상의 시나리오로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게 현실이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여정, 조금은 냉정하게 결산해보고자 한다.
초반부터 경기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상대 선발 궈진린에 밀리며 점수롤 뽑지 못했다. 오히려 1회 김광현(SK 와이번스)이 흔들리며 선취점도 내줬다. 5회 2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지만 6회 2실점으로 다시 재역전을 당했다. 마운드에는 상대 에이스 천관위가 있었다. 문학구장 1루쪽 한국 덕아웃, 그리고 관중석에는 적막 만이 흘렀다. 야구라는 종목은 흐름,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대만쪽으로 완전히 흘렀다.
하지만 8회 극적인 드라마가 쓰여졌다. 1사 만루 찬스에서 강정호(넥센 히어로즈)의 사구로 인한 행운의 동점. 그리고 나성범(NC 다이노스)의 결승 타점과 황재균(롯데 자이언츠)의 쐐기 2타점 적시타. 야구는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라고 했다. 차라리 대만이 7회말 공격에서 무사 1, 3루 찬스를 잡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경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만이 무사 1, 3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그 미묘한 분위기 싸움이 한국쪽으로 유리하게 흘렀다.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이 8회초 그라운드 위에서 폭발했다.
일단 어렵게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에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이 맞다. 하지만 냉정히 이번 대회를 돌이켜보자. 이번 대회를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큰 일이 날 뻔했다고 결론 내리는게 가장 현실적이다.
대회 전부터 말이 많았다. 프로 리그를 중단시켜가면서까지 이번 아시안게임에 올인을 한 한국야구. 최강팀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 발표 후 많은 논란이 야기됐다. 선수 면면을 볼 때 훌륭한 선수들이 포진된 것은 맞지만, 누가 봐도 병역 혜택이 필요한 선수들 위주의 팀 구성이었다. 절묘하게 팀 안배까지 했다. 포지션을 보자. 2루수 오재원의 백업 요원이 없었다. 하지만 정근우(한화 이글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 등 리그 최고의 2루수 자원들이 모두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병역 의무를 마친 선수들. 지명타자 요원 나지완(KIA 타이거즈)은 이번 대회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을 지명타자로 돌리며 발생한 일이다. 만약, 감독이 포지션별 선수 구성을 정말 심각하게 했다면 이런 엔트리는 절대 나오지 않았다. 감독이 누구인가.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이다.
대회 중 선수단 분위기와 상대 전력 분석 등도 합격점을 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이번 대회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특히, 예선 대만과의 경기 콜드게임 승이 오히려 독이 됐다. 약체 태국, 홍콩과의 경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만을 너무 쉽게 잡아버리자 팀 분위기가 너무 들뜨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안좋은 조짐이 확실히 보였다. 중국이 약한 팀인 것은 누구나 확실히 알지만, 단기전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는게 중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타자들이 영웅 스윙으로 일관하다 7대2로 어렵게 경기를 끝냈다. 교타자 위주의 일본 대표팀이 중국에 2번 연속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된다. 일본이 세서 그렇게 이긴게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냉정히 경기를 풀지 못했다.
상대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 대표팀은 결승전 선발로 쟝샤오칭을 예상했다. 한국과의 예선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으나, 등 부상으로 못던진 투수다. 그냥 안일하게 그 선수가 부상이 회복돼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 쟝샤오칭이 아니라면 좌완 린이샹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만의 선택은 22세의 대학투수 궈진린이었다. 한국이 패한 결정적인 이유, 경기 초반, 궈진린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였다. 하지만 전혀 대처를 하지 못했다. 냉정히 보자. 결승전은 한국이 잘해서 이긴 경기가 아니다. 투수 교체 등에서 대만이 자멸한 경기다. 한국은 결승점인 3점을 뽑기까지 상대 실책, 밀어내기 사구, 내야 땅볼로 점수를 얻었다. 황재균의 쐐기 적시타는 결승점이 나온 후였다. 대만이 조금 더 냉정하게 경기를 풀었다면 한국에 절망을 안겨줄 수 있었다.
조금은 안일한 자세로 준비한 이번 대회, 큰 화를 불러올 뻔 했다. 앞으로 수많은 국제대회에 임해야 할 한국야구가 많은 숙제를 떠안은 대회였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