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 엔트리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자는 13명이다. SK를 제외한 나머지 9개팀(KT 포함)에서 고루 선발됐다.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이들이 금메달 행보에 큰 힘을 보태주기를 팬들은 바랐다. 그러나 선수들의 활약상이 한결 같지는 않았다.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복을 보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임팩트 있는 활약으로 제 몫을 한 선수도 있다.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 선발 이재학은 초반 난조를 보이며 4이닝 동안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태양은 2-2 동점인 5회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이태양이 부진을 보일 경우 류 감독은 핵심 불펜진을 모두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태양은 8회까지 4이닝 동안 14타자를 상대해 안타 1개만을 내줬을 뿐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류 감독은 경기후 "두 번째 투수 이태양이 아주 잘 던져줬다"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태양이 4이닝을 맡아준 덕분에 대표팀은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이태양이 류 감독의 마운드 운용 부담을 크게 덜어준 셈이었다. 더블스토퍼인 임창용과 봉중근 뿐만 아니라 유원상 차우찬 안지만 등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태양이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태양이 지난 7~8월 심한 기복을 보이자 주위에서는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무래도 풀타임 선발 첫 해, 시즌을 꾸려나가는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이태양이 부진을 보일 때면 "한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방법, 한 시즌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자주 만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는 의미였다. 정규시즌의 경험이 이번 아시안게임서 약이 된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