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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한국, 대만의 첫 경기, 홈런 실종 이유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06:32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1타점 적시타를 친 한국 나성범이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1.

인천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변수는 홈런이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금메달을 다툴 한국과 대만에 파워를 갖춘 장거리포 타자가 많다는 점. 두번째로 아시안게임 공인구 미즈노 200 때문이다. 대회 전 공인구 적응훈련을 한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약간 가벼운 느낌 때문에 비거리가 많이 나가고, 타구의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대만의 파워히터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구장이다. 아시안게임에 사용되는 목동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은 모두 홈런이 나오기 쉽다.

목동구장은 리그에서도 대표적인 좁은 구장이다. 문학구장은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0m, 좌우 펜스까지 95m로 짧다. 게다가 구장 지형상 바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한국과 태국, 대만과 홍콩의 예선 1차전이 열린 22일 문학야구장.

이날 대만은 9개, 한국은 13개의 안타를 쳤다. 대만은 7회, 한국은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왜 그럴까. 경기가 끝난 뒤 나성범은 "전체적으로 장타를 의식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느린 공으로 홈런을 치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대만이 상대한 홍콩, 한국이 상대한 태국은 상대적인 전력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들이 내세운 투수들 대부분 직구 구속이 시속 110㎞ 안팎이었다.

박병호는 1회 태국 선발 시하맛 위사루트의 105㎞ 공에 삼진아웃을 당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홈런은 구속과 상관관계가 밀접하다. 구속이 빠를 수록, 배트에 맞는 타구의 반발력은 강하다. 당연히 비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155㎞ 이상의 패스트볼을 공략할 경우,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다. 빠른 공에 배트가 밀리기도 한다. 때문에 강속구 투수들에게 홈런을 뽑아내기 힘들다. 그런 어려움을 타자들은 반복된 훈련과 파워로 극복한다.

구속이 갑자기 줄어들면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일단 140㎞ 중반대의 빠른 공에 익숙한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태국과 홍콩의 100㎞대 '흑마구'를 조심하라는 농담도 나온다.

경기가 끝난 뒤 김현수는 "보통 타이밍을 잡을 때 하나, 둘, 셋에 배트가 나간다. 리그에서 그렇다. 그런데 오늘같은 경기는 다섯이나 여섯을 세야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태국 선수들을 깔보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타이밍 뿐만 아니라 느린 구속 때문에 비거리에서도 손해를 본다. 이날 나성범과 김현수가 제대로 타이밍을 잡고 때린 타구는 중앙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거나,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가 됐다. 결국 느린 구속 때문에 홈런이 되어야 할 타구가 둔갑한 경우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한국과 대만의 예선 1차전에서는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홈런'은 단기전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할 강력한 변수다. 한국과 대만, 혹은 일본이 맞붙을 경우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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