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긴 했는데 경기 끝난 뒤에도 가슴 한곳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더라고요."
24일 만난 이흥련은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가슴 한 곳이 막힌 듯 답답했다"라고 했다. 자신과 배터리를 이룬 배영수가 3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으며 8실점(5자책)하며 일찍 강판됐기 때문. 이흥련은 "홈런은 쳤지만 포수로서는 최악의 경기였다"라고 했다. 이흥련은 배영수가 등판할 때와 마무리 임창용이 나올 때 전담포수로 나서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배영수의 등판 경기에 준비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이날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주자를 내주고 박정권 선배에게 안타를 맞은 것이 컸다"는 이흥련은 "선배님이 저에게 수고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더 죄송했다"라고 했다.
그래도 첫 홈런의 기억은 생생하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맞았을 때 홈런을 예상한 것과 달리 이흥련은 잡히느냐 안타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이전에 넘어갔다라고 생각했던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힌 게 3∼4번 정도 있었다"는 이흥련은 "맞을 때 조금 먹힌 느낌이 있어 이번에도 잡힐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1루로 뛰는데 좌익수가 서길래 자리를 잡은 줄 알고 (야수를) 넘어가라고 기도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곧 팬들의 함성이 커지고 3루심이 손가락을 돌리는 것을 보며 홈런인 것을 알았다고.
가족 얘기에 웃음을 찾았다. "어제 아버지께서 시골에 벌초하러 가셔서 할아버지와 함께 보셨다더라"는 이흥련은 "시골에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가족에 홈런을 선물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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