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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흥련 데뷔 첫 홈런데 웃지 못한 이유는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8-24 20:16


"기쁘긴 했는데 경기 끝난 뒤에도 가슴 한곳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더라고요."

삼성 라이온즈는 베테랑 포수였던 진갑용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아 포수 공백이 우려됐다. 게다가 이지영마저 부상으로 초반 나오지 못했다. 삼성의 안방마님 자리는 신인 이흥련에게 돌아갔다. 이때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이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흥련은 이지영이 돌아오기 전까지 주전포수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삼성은 위기를 넘기며 승승장구해 1위를 질주할 수 있었다.

이흥련은 23일 대구 SK 와이번스전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6-6 동점이던 3회말 1사 2루서 SK 두번째 투수 여건욱을 상대한 이흥련은 여건욱의 초구 직구 140㎞가 한가운데로 오자 기다렸다는 듯 휘둘렀고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쭉 뻗어나가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데뷔 135타석만에 처음 맛본 손맛.

24일 만난 이흥련은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가슴 한 곳이 막힌 듯 답답했다"라고 했다. 자신과 배터리를 이룬 배영수가 3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으며 8실점(5자책)하며 일찍 강판됐기 때문. 이흥련은 "홈런은 쳤지만 포수로서는 최악의 경기였다"라고 했다. 이흥련은 배영수가 등판할 때와 마무리 임창용이 나올 때 전담포수로 나서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배영수의 등판 경기에 준비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이날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주자를 내주고 박정권 선배에게 안타를 맞은 것이 컸다"는 이흥련은 "선배님이 저에게 수고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더 죄송했다"라고 했다.

그래도 첫 홈런의 기억은 생생하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맞았을 때 홈런을 예상한 것과 달리 이흥련은 잡히느냐 안타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이전에 넘어갔다라고 생각했던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힌 게 3∼4번 정도 있었다"는 이흥련은 "맞을 때 조금 먹힌 느낌이 있어 이번에도 잡힐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1루로 뛰는데 좌익수가 서길래 자리를 잡은 줄 알고 (야수를) 넘어가라고 기도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곧 팬들의 함성이 커지고 3루심이 손가락을 돌리는 것을 보며 홈런인 것을 알았다고.

다행히 그는 데뷔 첫 홈런 공을 돌려받아 집에 고이 모셨다고. 그런데 그 전에 박석민으로부터 가짜 홈런공을 받았다. 덕아웃에 앉아있는데 박석민이 "홈런공이다"라며 공을 하다 던져주더란다. 기쁜 마음에 받아든 이흥련은 공을 자세히 살폈다. 너무 깨끗했기 때문. "방망이에 맞은 흔적도 없는 깨끗한 공이었다"는 이흥련은 곧 가짜라는 말에 웃기만 했다.

가족 얘기에 웃음을 찾았다. "어제 아버지께서 시골에 벌초하러 가셔서 할아버지와 함께 보셨다더라"는 이흥련은 "시골에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가족에 홈런을 선물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14 프로야구 SK와이번즈와 삼성라이온스의 경기가 7일 인천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9회초 1사 만루에서 이흥련이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타점을 올리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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