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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잠시 침묵에 빠졌던 KIA '4번타자'의 힘이 다시 샘솟고 있다. 나지완이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값진 홈런포를 날렸다. 덩달아 이 홈런으로 인해 2년 연속 20홈런 달성과 개인 커리어하이 기록 경신을 위한 중요한 주춧돌을 놓게 됐다.
슬러거들은 한번 발동이 걸리면 계속 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진이 길어질 때 내심 '하나만 걸려라'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즌 후반기 들어 나지완이 그런 축에 속했다. 5월에 월간 홈런 7개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방망이는 6월이후 그다지 화끈하지 못했다. 타율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6월 월간타율은 무려 3할7푼7리나 됐다. 그러나 홈런수는 적었다. 6월에 3개, 7월에 4개를 쳤다. 5월 한 달동안 친 홈런을 6, 7월에 나눠친 셈이다.
8월도 엇비슷했다. 23일 경기전까지 8월에 10경기에 나온 나지완은 3할1푼3리(32타수 10안타)의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홈런은 겨우 1개 뿐이었다. 장타력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나지완은 정확한 타격을 하는 '콘택트 히터'가 아니라 장타를 날리는 '슬러거'로 분류되는 타자다. 자기 스스로도 '홈런'에 대한 목표의식이 적지 않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 동안 나지완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그러나 23일 홈런이 이런 고민을 잠시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됐다.
현재 나지완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팀의 4강 진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다. 이 두 가지 목표 아래로 개인적인 소망도 있다. 바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는 것. 이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팀이 26경기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2개의 홈런 추가는 무난할 듯 하다.
문제는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서는 것. 2009년에 세운 23개다. 6개의 홈런을 26경기에서 쳐야 한다. 4경기당 1개 정도씩은 날려야 한다는 계산.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도 않다. 도전의식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미션이다. 이 미션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지완의 홈런 생산력은 한층 더 발전할 수도 있다. 만약 이 미션에 성공한다면 나지완은 홈런타자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나지완은 과연 남은 경기에서 커리어하이 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