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병호, 홈런 강정호 그리고 이승엽 이야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8-14 11:37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8)와 홈런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라고 봐야 한다. 그는 지난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도 홈런킹에 오를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13일 현재 37홈런으로 시즌 커리어 하이와 타이를 이뤘다. 2위 팀동료 강정호(33개)와 4개 차이다. 3위권(25개)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박병호의 경쟁자는 강정호 정도 밖에 없다.
박병호의 지금 페이스라면 40홈런 고지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박병호가 5월 14홈런을 몰아친 페이스를 다시 보여준다면 꿈의 50홈런 고지에도 오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승엽(삼성)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에 이어 새로운 조선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박병호를 13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1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무사서 넥센 박병호가 중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시즌 37호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8.12.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8)와 홈런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라고 봐야 한다. 그는 지난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도 홈런킹에 오를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13일 현재 37홈런으로 시즌 커리어 하이와 타이를 이뤘다. 2위 팀동료 강정호(33개)와 4개 차이다. 3위권(25개)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박병호의 경쟁자는 강정호 정도 밖에 없다.

박병호의 지금 페이스라면 40홈런 고지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박병호가 5월 14홈런을 몰아친 페이스를 다시 보여준다면 꿈의 50홈런 고지에도 오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승엽(삼성)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에 이어 새로운 조선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박병호를 13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박병호가 홈런 숫자를 얘기하기 꺼리는 이유

그는 홈런 개수 얘기에 무척 예민하다. "저는 홈런수 얘기를 한 번도 스스로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유도 질문에 걸려서 40홈런 얘기를 한 적은 있다."

숫자에 대한 부담을 갖는다고 했다. 박병호의 얘기를 좀더 들어봤다. "우리는 타석에 들어서면 항상 전광판의 기록 숫자가 보인다. 지금 40홈런이 목표라고 얘기하면 앞으로 3개 조차도 스트레스 때문에 못 넘길 수도 있다. 그래서 개수를 얘기하는 게 무척 어렵다."

박병호의 홈런수에 대한 생각은 이랬다. 스스로 먼저 몇 개라고 말하고 나면 그걸로 인해 부담을 갖고 타석에 들어가게 되고 또 그로인해 좋은 타격이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50'이란 숫자는박병호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시 박병호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토해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정말 어려웠다. 지난 5월 한창 홈런 페이스가 좋았을 때 나는 귀를 닫고 싶었다. 그때 아시아 신기록 페이스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 얘기를 뛰어넘고 잘 하는 선수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깨달았다."


박병호도 사람이었다. 주변에서의 큰 기대가 그에게 짐이 됐다. 하지만 미디어나 팬들의 큰 기대를 즐기면서 뛰어넘어야 더 큰 선수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7월에 제법 긴 슬럼프가 있었다. 지금은 홈런이 안 나와도 조급하지 않다. 팀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40홈런 고지까지 3개를 남겨두고 있다. 넥센은 앞으로 3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박병호는 올해 몇 개를 치느냐가 향후 자신의 홈런 커리어에 무척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올해 40홈런은 넘겨야 한다. 올해 몇개를 치는게 중요하다. 원래 내가 그리고 있는 슬러거상은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2할6푼대에 40홈런 이상, 그리고 120타점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다. 올해 홈런 몇 개를 치느냐에 따라 타격코치님과 상의해서 어떤 식으로 하면 홈런수를 늘릴 수 있을 지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맞서고 있는 LG와 넥센이 위닝시리즈를 위해 4일 잠실에서 만났다. 넥센 강정호가 4회초 무사 1루에서 좌중월 투런 홈런을 치고 홈에 들어오고 있다. 강정호의 시즌 31호 홈런.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8.04/
팀 후배이자 라이벌 강정호에 대한 생각

박병호는 한 살 어린 팀후배 강정호(27)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강정호는 홈런 레이스에서 박병호를 맹추격하고 있다. 박병호가 달아나면 강정호가 따라붙고 있다. 박병호가 지난 7월 4홈런으로 주춤하고 있을 때 강정호는 격차를 줄이면서 따라붙었다. 전문가들은 박병호와 강정호의 건전한 긴장 관계가 향후 홈런 레이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박병호는 강정호가 자극이 될까. 박병호는 참 말을 잘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자극이라기 보다 강정호는 내가 잘 안 맞을 때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팀이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강정호는 내가 타점 기회를 못 살렸을 때 해결사로 나섰다. 서로 나눠서 팀 승리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좋았다." 마치 도덕 교과서 같은 대답을 줄줄 말했다. 하지만 그후 대답은 박병호의 인간적인 면을 살짝 볼 수 있었다. "같은 팀이라서 강정호가 홈런을 그만 쳐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만약 정호가 다른 팀이었다면 '어, 또 따라오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정호의 홈런으로 우리 팀이 승리해서 좋았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박병호는 강정호의 경기력에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다. "강정호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친다. 그는 유격수이고, 나는 1루수다. 움직임에서 차이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홈런 장타를 많이 치고, 또 수비까지 잘 하는 걸 보면 정말 뛰어난 선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홈런을 친 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종종 잡힌다. 박병호는 "서로 어떻게 홈런을 쳤는지 얘기를 공유한다. 그래서 좋다. 같은 팀이라서 된다. 서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0회초 2사 1,3루서 삼성 이승엽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며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8.11.
"나와 비교됐을 때 이승엽 선배가 얼마나 불쾌했을까"

박병호의 홈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미 홈런으로 아시아를 정복했던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그는 지난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최다 홈런을 쳤다. 지난해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외국인 타자 발렌틴이 60홈런을 치면서 이승엽은 최다 2위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잘 성장할 경우 이승엽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박병호에게 10년 선배 이승엽은 어떤 존재일까. 이승엽이 2000년대 초반 전성기 시절 홈런을 밥먹듯 칠 때 박병호는 성남고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박병호는 당시 이승엽이 대구구장에 몰고온 잠자리채 열풍을 보면서 신기해 했다.

박병호는 "이승엽 선배는 제게 우상 같은 타자다. 이승엽 선배가 국내 무대로 돌아오고 1루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같은 선수 대 선수이지만 우상 같은 존재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나 팬들이 자신을 이승엽과 비교하는 부분을 걱정했다. 박병호는 "내가 이승엽 선배와 타이틀 경합을 한다는 등의 기사와 얘기를 들었을 때 이승엽 선배가 얼마나 불쾌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승엽 선배를 바라보는 입장은 우상이다"라며 자신을 극도로 낮췄다.

그럼 박병호는 계속 이승엽을 우상으로 추앙만 해야할까. 후배가 선배의 기록을 뛰어넘는 건 시간의 순리아닐까. 박병호는 "이승엽 선배는 선배이고, 나는 나다. 나는 이승엽 선배를 닮아가고 싶은 것이다. 롤 모델로 생각하면서 배워가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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