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가끔은 우천취소를 바랄 때도 있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거나 부상자 발생, 혹은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 때. 이런 절묘한 타이밍에 비가 온다면 가뭄에 내린 단비처럼 비를 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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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연전부터 월요일 경기가 열렸다. 3월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간의 개막전이 우천취소돼 31일 월요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두 팀의 사정은 달랐다. 홀수구단 체제로 인해 한 팀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롯데가 이어지는 주중 3연전에 경기가 없던 것. 결국 한화만 개막 후 휴식 없이 8연전을 치르게 됐다.
처음 월요일 경기를 치르고 8연전 일정을 소화했던 한화 선수들은 "피로가 쌓였다"고 입을 모았다. 월요일에 경기 없이 휴식을 취하거나 이동을 하는 패턴에 익숙한 선수들에겐 낯설기만 했다. 월요일 경기까지 치르고 나서야 한밤중에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원정팀이라 모든 게 다 해당됐다.
월요일 경기가 생기면서 웬만한 비가 아니면 주말에도 경기를 강행했다. 모두들 월요일 경기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월요일 경기가 다시 나왔다. 6월에는 월요일 경기가 23일 대전 한화-LG전 1경기 뿐이었지만, 7월 들어 7일 부산 롯데-SK전, 창원 NC-LG전, 28일 잠실 LG-롯데전, 인천 SK-넥센전까지 4경기가 열렸다.
8월 들어선 더욱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잠실에서 LG-넥센전이 열린 데 이어 11일엔 잠실, 목동, 창원에서 한경기씩 개최됐다. 월요일로 경기가 순연됐으나 이마저도 취소된 경우는 지금까지 네 차례 있었다.
월요일 경기는 실제로 큰 데미지를 입힐까.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선발로테이션 운영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휴식일로 감안했던 월요일에 경기가 들어가면, 로테이션 전체가 흔들릴 때가 있다. 또한 선발투수가 부족한 경우엔 대체 선발을 올릴 수밖에 없다.
투수들 외에 다른 선수들도 '루틴'이 깨져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월요일 경기 이튿날 승률을 계산하면, 10일 현재 4승6패(원래 일정대로 치른 5월 5일 4경기 제외)다. 이튿날 경기가 없는 케이스가 네 차례 있었고, 나머지도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월요일 경기가 계속된 최근 3주간을 제외하면, 1승5패로 승률이 떨어진다. 최근 들어 월요일 경기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월요일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른 팀은 어디일까.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를 제외한 10경기에서 LG가 5경기로 최다를 기록했고, 롯데 한화 SK 넥센이 3회로 뒤를 이었다. NC와 삼성은 각각 2경기, 1경기를 치렀고, KIA와 두산은 비로 인한 월요일 경기가 없었다. LG와 넥센은 최근 3주간 계속해서 월요일 경기를 치르는 불운을 맛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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