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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롯데 자이언츠 정 훈도 마찬가지. 올시즌 주전 2루수로 거듭난 정 훈은 5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서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말았다. 최경철과 같은 증세.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고 한다. 얼음물을 마시고 호흡을 수차례 가다듬은 뒤 다시 경기에 임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한다. 물론, 최경철이 소속팀 주축 선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 감독이 갖고있는 아픈 기억 때문이다. 양 감독은 2000년 4월18일 고 임수혁이 잠실구장 2루에서 갑자기 쓰러진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투수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양 감독은 임수혁이 쓰러지는 걸 목격하고 덕아웃에서 가장 빨리 2루로 달려나갔다고 한다. 고인은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로 쓰러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구급차가 경기장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응급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던 시기였다. 현재 각 구장에서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 재빠른 조치를 하게 된 것도 사실상 고인이 야구 후배들에 남긴 유산이다. 양 감독은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며 "최근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이 됐다"고 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