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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겨라. 2등은 의미가 없다."
그런 그가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사실상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사람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 확률은 0.1% 미만이라고 봐도 된다. 최근의 야구 흐름도 그렇고, 본인의 의지도 확고하다.
29일 대구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이승엽은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그렇게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승엽의 올시즌 성적이 다른 후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 28일 기준, 타율 3할9리 23홈런 72타점으로 오히려 회춘하고 있다. 충분히 지명타자로 활약할 만한 성적이다. 지난해 WBC에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이번 대회 대표팀에 합류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냐고 묻자 "솔직히 1차 엔트리(60명)에 포함됐다고 들었을 때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내가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WBC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그리고 WBC 종료 후 '내 대표팀 생활은 여기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번 대표팀에 내가 선발됐다면 그 어느 때보다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앞으로 영원히 현역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말에 "지난해 마음 정리를 다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대표팀에서 막내급 역할부터 맏형 역할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진은 임창용(삼성), 봉중근(LG) 등 베테랑들이 포진해있지만, 야수진에서 팀 리더 역할을 맡을 선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나이는 어리지만 김현수(두산), 강정호(넥센) 등은 경험으로 그 어떤 베테랑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 박병호(넥센)도 대표팀은 처음이지만 리더십을 갖췄다. 이 선수들이 새로운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승엽은 마지막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설 동료 및 후배들에게 "아시아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승엽은 이어 "대표팀 선발 문제는 이미 끝을 맺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멤버들이 자신들이 갖고있는 실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TV로 시청하며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