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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비디오 판독에 무너졌다...KBO도 요주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09 10:15



한국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하루 뒤, 비디오 판독이 얼마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례를 LA 다저스 류현진이 전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류현진에게는 아쉽기만 한 비디오 판독이었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각) 코메리카필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0승 도전에 나섰다. 9번째 승리를 따낸 이후 2번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류현진. 디트로이트의 강타선이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또, 상대 선발은 전국구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 있었기에 류현진도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경기였다.

하지만 작은 부분 하나가 류현진의 경기 전체를 망치고 말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가 도입한 비디오 판독이었다. 류현진은 팀 타선이 1회초 벌랜더를 상대로 대거 5점을 뽑아줘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1회 상위 타선을 상대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27개의 공을 던졌지만,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 출발은 괜찮았다.

그러나 2회 8안타를 허용하며 5실점하고 완전히 무너졌다. 그 시발점은 선두 토리 헌터의 2루타였다. 헌터는 류현진의 2B1S 상황서 류현진의 공을 잘 밀어쳤고 타구는 다저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를 훌쩍 넘어 담장을 때렸다. 하지만 어깨가 좋은 푸이그가 공을 잡자마자 2루에 송구했고, 송구가 정확히 들어가며 헌터가 2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헌터가 억울해했고, 디트로이트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화면으로 보기에 애매했다. 타이밍은 확실히 아웃이었다. 공이 유격수 미겔 로하스의 글러브에 한참 먼저 들어왔다. 문제는 로하스의 태그였다. 베이스쪽을 막았으면 헌터의 발이 글러브에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태그가 헌터의 다리쪽이 아닌 낭심쪽으로 향했다. 노련한 헌터가 태그를 피하기 위해 오른 다리를 베이스 바깥쪽으로 쭉 뻗으며 들어왔다. 타이밍은 아웃이었지만, 발이 먼저인지 태그가 먼저인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낭심쪽에 태그가 되기 전에 글러브가 다리를 스쳤는지 판정하기 어려웠다.

심판진 역시 비디오를 보면서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랜 시간 토의 끝에 세이프로 번복을 했다. 1사 주자없는 상황이 무사 주자 2루로 변했다. 투수 입장에서는 힘이 쭉 빠질 상황이었다.

이 안타가 한 이닝 8안타의 시발이 될 것이라고는 류현진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충격이 컸다. 닉 카스테야노스와 알렉스 아빌라의 연속 안타로 1실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의 안타로 무사 만루. 류현진은 상위 타순과의 대결을 앞두고 9번 라자이 데이비스와의 승부에 집중했지만, 투수 앞 땅볼이 될 타구가 자신의 글러브를 스치며 내야 안타가 되고 말았다. 1-2-3 병살 찬스를 놓쳤다. 류현진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이제 한국프로야구도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다. 이날 류현진의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교훈이 있다. 먼저, 적시에 성공시킨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아스머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 중에서도 비디오 판독 신청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감독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비디오 판독 신청을 해야한다. 한국은 2번의 기회가 있지만, 첫 번째 기회에서 번복 상황을 만들지 못하면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한다.


두 번째는 애매한 장면에서의 판정이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미국도 확실하게 세이프인지, 아웃인지를 판독할 수 있는 화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열악한 중계 환경 상 이런 장면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다.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더욱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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