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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38)은 몇해전부터 입버릇 처럼 얘기했다. "선수 은퇴 시점은 선수가 정하는 게 맞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내가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그만 두고 싶다."
조성환은 더이상 망가지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했다. 마음만 먹으면 다시 타율 3할 이상을 칠 것 같았던 시절은 지났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다. 주장을 다시 맡은 2013년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다. 잠깐 2군으로 내려가서 컨디션을 회복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대신 조성환의 공백은 정 훈이 메우기 시작했다. 후배 정 훈은 그동안 줄곧 백업만 해왔다. 정 훈은 조성환의 빈자리를 기대이상으로 잘 채워주었다. 조성환이 돌아왔지만 정 훈이 대부분 선발 출전했다. 그렇게 2013년이 흘렀다.
조성환은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래서 동계훈련때 많은 땀을 흘렸다. 더이상 밀리면 정말 선수 유니폼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천하의 조성환이 대주자로 나갔을 때 팬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그를 반겨주었다. 조성환은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마음 속으로 찡한 뭔가를 느꼈다고 했다. 박수를 받을 때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가서는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려웠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낯선 야간 경기에서 눈이 다시 말썽을 부렸다.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이상 은퇴 시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조성환은 지금이 제2의 야구 인생을 출발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