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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무덤 LG, 채은성도 허무하게 방출 당할 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6-09 06:33



9경기 26타수 12안타 타율 4할6푼2리.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1군 세계를 잘 모를 때라 용감함이 통하고 있는 단계다. 곧 한계를 보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 지금의 성적이 운으로만 기록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선수 타격 하나만큼은 정말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꼴찌 LG 트윈스의 팬들은 요즘 "채은성 보는 맛으로 야구 본다"라는 얘기를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팬들이 누군지도 몰랐던 선수가 그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LG의 우타 거포 유망주 채은성이 1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대폭발시키고 있다. 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20대3 대승에 기여했다. 지난달 27일 난생처음 1군에 등록되자마자 선발로 출전해, 신들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탄생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채은성은 자칫했다가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야구를 접을 뻔 했던 위기에 놓이기도 했었다. 2008년 순천효천고를 졸업하구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3루수로 입단했는데 구단은 그에게 포수 전향을 권했다. 이유는 단 하나. 어깨가 강하다는 것이었다. 포수 자원이 부족했던 LG는 어떻게라도 포수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십수년간 포수를 하고도 프로에 와 애를 먹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인데, 채은성이 포수로 성공할 확률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게 현역 군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2013 시즌을 앞두고 팀에 다시 합류했다. LG는 채은성의 강한 어깨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끝까지 포수로 만들려했다. 사실, 냉정히 말하면 포수가 아니면 LG는 채은성이라는 선수에 크게 미련이 없는 상황이었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방출 대상에 올라있었으나, 포수로서의 가능성 때문에 신고선수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이런 채은성을 본 것은 당시 LG 유니폼을 입고 2군에 합류했던 신경식 타격코치였다. 신 코치는 "처음에는 원래 포수를 하던 친구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야수 출신 선수에게 포수를 시키고 있었다"며 "딱 보는 순간 눈에 띈 선수였다. 방망이 하나만큼은 최고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포수 훈련 때문에 타격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이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이 선수를 1루수나 외야수로 돌리자'고 당시 노찬엽 2군 감독님께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했다. 만약,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수로 3군과 2군을 오가는 1년을 보냈다면 채은성은 아마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어야 했을 것이다.

또, 선수의 동기 부여를 위해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 변경을 해줘야 한다고 코칭스태프가 주장했다. 채은성은 103번이 아닌 54번이 박힌 유니폼을 받는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게 2013시즌 2군 경기에 꾸준히 나서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 코치는 채은성과 최승준, 2명의 거포 유망주들에게 매일같이 특별 훈련을 주문했다. 채은성에게는 2군 경기도 꿈의 무대였다. 매일 경기에 나가니 신이 났다. 그렇게 방망이가 맞기 시작했다.

시련도 있었다. 채은성은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채은성은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의욕이 넘쳤다. 그런데 손등에 사구를 맞았다. 너무 아쉬운 기회라 괜찮다고 하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미세골절의 통증을 참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LG는 일본 고지 마무리 훈련과 1군 스프링캠프에 최승준, 백창수, 채은성 3명의 유망주를 데려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채은성은 이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참가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려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활과 훈련에 매진했다.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조계현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 당시 코칭스태프는 채은성을 1군에 올리려 했었다. 그런데 딱 그 시기에 2군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1군 데뷔를 미뤄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조계현 수석코치가 2군 감독으로, 신경식 코치가 1군에서 2군으로 자리를 옮기며 채은성을 강력 추천했다. 우여곡절 끝에 1군에 등록됐다. 그리고 1군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프로야구 각 구단에는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수도 없다. 1군에서 스타 선수로 거듭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 개인의 운도 따라야 한다고 한다. 선수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 팀 발전 시스템을 만나야 한다. 이런 선수들을 잘 발굴해내는 팀이 결국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채은성 사례가 잘 설명해준다. 유망주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던 LG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유망주 1명을 발굴해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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