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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외국인타자 필의 홈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외인타자 홈런 1위. 그의 홈런엔 확실한 색깔이 있다.
사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필이 이런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전문가들조차 필의 타격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팀 외국인타자들이 시범경기부터 장타력을 뽐낸 것과 달리, 필은 잠잠했다. 평범하지도 못해 기대치를 밑돌 정도였다.
하지만 개막 이후 조용하지만 강하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초반 다른 외인타자들의 홈런쇼에 묻힌 경향이 있지만, 필의 장타력 역시 인상적이었다. 6번에 머무르던 타순도 고속 승진을 거듭해, 어느새 팀의 붙박이 3번타자가 됐다.
필이 잡아당긴 10개의 홈런은 좌중간도 아닌, 정확히 좌측을 향했다. 그것도 파울 폴에 가까운 타구가 대부분이었다. 타구가 스윗 스팟에 정확히 맞았고, 끝까지 팔로스윙을 가져갔다는 증거다. 잡아당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13개의 홈런 중 직구 계열의 공을 때린 게 7차례다. 기본적으로 직구 공략에 능하다. 한 개는 포크볼이었고, 나머지는 슬라이더를 때렸다. 낙폭이 크지 않았던 포크볼과 밋밋한 슬라이더는 직구와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필의 배트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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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홈런 분포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 투수는 필을 경계해야 한다. 필은 몸쪽 공에 대한 대처가 탁월하다. 백스윙이 간결해 폼이 크지 않은 게 비결이다. 몸쪽 빠른 공에도 손쉽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상대가 바깥쪽 승부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항상 바깥쪽 공만 던질 수는 없다. 제구력이 떨어지는 투수도 많다. 필의 타석당 상대 투구수는 3.5개에 불과하다. 좋은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 거침없이 쳐냈다. 볼넷이 14개로 많은 건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코스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필은 자신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정해진 스타일은 없다. 상대 투수의 성향에 맞게 배팅하는 편이다. 또한 주자 상황 같은 경기 중 상황에 맞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팀 배팅을 지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점에 대해 묻자 "타구가 라인드라이브성으로 가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홈런 타구 대부분이 빨랫줄처럼 뻗어나갔다.
필의 스윙은 현재로선 약점을 꼽기 힘들다. 그리고 홈런 공동 2위로 조용히 홈런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기량미달이란 평가를 뒤엎고, '어메이징 필'로 거듭난 그의 홈런에 주목해보자.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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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경기=구장=상대투수=구종=구속=방향=비거리
1호=3월 30일 삼성전=대구=차우찬=143㎞=직구=좌측=115m
2호=4월 2일 NC전=광주=찰리=146㎞=직구=가운데=125m
3호=4월 3일 NC전=광주=웨버=143㎞=투심패스트볼=좌측=120m
4호=4월 11일 롯데전=광주=심수창=131㎞=포크볼=좌측=115m
5호=4월 30일 SK전=광주=여건욱=137㎞=슬라이더=좌측=120m
6호=5월 4일 넥센전=광주=손승락=141㎞=슬라이더=좌측=130m
7호=5월 11일 한화전=대전=앨버스=125㎞=슬라이더=좌측=120m
8호=5월 13일 NC전=마산=원종현=128㎞=슬라이더=좌측=125m
9호=5월 15일 NC전=마산=이민호=144㎞=직구=좌측=110m
10호=5월 17일 삼성전=광주=장원삼=140㎞=직구=좌측=115m
11호=5월 30일 NC전=광주=손정욱=143㎞=직구=좌측=120m
12호=5월 31일 NC전=광주=이민호=132㎞=슬라이더=좌측=120m
13호=5월 31일 NC전=광주=이민호=144㎞=직구=좌측=11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