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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에서 기회를 더 줄 것이다."
지난달 10일 투수 김영광과 맞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후 1군 첫 등판.
그의 구위는 좋지 않았다. 2군 15경기에서 1승1패, 평균 자책점 8.85에 그쳤다. 1군을 자청했고, 선 감독이 수락했다.
선 감독은 29일 경기 전 고심끝에 "김병현을 그래도 1군에서 몇 경기 뛰게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구위가 좋지 않아 1군에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2군에 내려가서 맞으면 자신감 상실로 인해 전환점을 마련하기 힘들다. 1군에서 뛰게 하는 게 종합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방침은 KIA의 약한 불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선발과 마무리 어센시오를 이어줄 믿음직한 필승계투조가 1명도 없는 상황이다. 곽정철 유동훈 등은 아직까지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KIA 필승계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김병현에게 일말의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 속에서 선 감독은 김병현이 2군보다 1군에서 컨디션 조절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는 이틀 전 "김병현을 편안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리고 싶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고 했다. 크게 앞서거나, 크게 뒤진 상황에서 컨디션 점검차원의 실전을 치러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의미.
28일 김병현은 드디어 KIA 유니폼을 입고 첫 1군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선 감독의 말과는 정반대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등장했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었다. 선발 데니스 홀튼과 외국인 타자 필이 동시에 나서면서, 외국인 마무리 어센시오가 등판할 수 없는 상황. 필을 스타팅멤버로 기용, 타격전으로 두산에 맞서겠다는 의미. 확률적으로 필을 빼고 어센시오를 대기시키는 것보다는 승률이 높았다. KIA의 선발진이 더 강한 상황. 두산의 투수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득점 접전보다는 어느 정도 점수를 얻는 편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KIA의 의도대로 됐다. 9회 6-3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 앞에 뒀다. 그런데 임시 마무리 김태영의 구위가 좋지 않았다. 이미 심동섭과 한승혁 카드는 소진한 상태. 남은 투수는 김병현과 박성호, 그리고 김지훈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서 가장 확률이 높았던 카드가 김병현이었다. 구위는 좋지 않았지만, 경험과 심리적인 안정감 측면에서 세 투수 중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선 감독은 김병현의 1군 첫 무대를 편안한 상황이 아닌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김병현은 2군에서와 마찬가지로 1군에서도 좋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KIA는 김병현을 손쉽게 버릴 수도 없다. 다른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병현은 1군에서 2~3차례의 기회를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극적 부활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