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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권희동만 보면 흐뭇한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5-29 06:24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좀처럼 선수 칭찬을 하지 않는 지도자다. 칭찬을 할 경우 선수가 들떠 좋은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그도 신생팀 NC를 맡고 나서 이따금 칭찬을 한다. 어려운 팀 상황에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주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최근 권희동에게 다시 주전 기회를 줬다. 전략의 수정이었다. 지난 21일 SK전부터 7번-좌익수로 자리를 고정시켰다. 권희동은 매경기 안타를 치면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사실 권희동은 지난해 주전 외야수로 NC에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신인 최다 홈런(15개)을 때려내며 남다른 장타력을 뽐냈고,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하이라이트 필름의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이 2할3리로 꼴찌였다. 이른바 '멘도사 라인'으로 부를 만한 타격 성적이었다.

권희동은 겨우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집중했다. 직구 공략 하나만큼은 탁월했지만, 변화구 그것도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공에 유독 약점을 보여왔다. 김광림 타격코치와 함께 훈련하면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분간하는 선구안을 기르고, 바깥쪽 코스 대처법을 익혔다.

김 감독은 이런 권희동의 노력에 주목했다. 사실 그동안 권희동을 일부러 안 쓴 건 아니다. 강력한 '조커'로 남겨뒀다. 경기 막판 대타 카드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생갭다 권희동을 쓸 기회가 적었다.

그는 "7,8,9회가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막판에 희동이를 쓸 수 있는 그림이 생갭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흐름을 가져와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희동이를 쓰려고 했는데 많이 내보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1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NC와 KIA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가졌다. 경기 전 NC 김경문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5.14/
권희동을 앞으로 돌리며 새 활용법을 찾았다. 김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엔 대주자 요원이 (이)상호 한 명밖에 없다. 희동이를 먼저 쓰면, 발이 빠른 종호를 활용할 기회가 한 차례 더 생긴다. 뒤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다.


권희동은 수비력이 나쁘지 않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타구판단도 빠르고 공을 낚아내는 능력 또한 좋다. 붙박이 외야수로 쓸 만하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7번 타순까지 쳐주면 팀에 큰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권희동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이다. 그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서로 바꿔주는 식으로 끝날 때까지 가야 할 것 같다"며 향후 권희동을 다른 외야수들과 함께 중용하겠단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부족했던 정교함은 첫 해라 겪었던 문제라고 봤다. 김 감독은 "신인으로 프로에 처음 오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희동이는 주전으로 경기에 계속 나가니 삼진도 많아지고 힘도 떨어졌다"며 "누가 말해주는 것보다 본인이 터득해야 한다. 희동이도 1년간 경험한 게 컸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할 때, 권희동은 경쟁이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도전하고 있다. 권희동은 스스로 "난 주전이 아니다. 하나라도 치려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 역시 "스프링캠프부터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더라"며 흡족해 했다. 김 감독의 미소에 화답이라도 한 걸까. 권희동은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개인 최다인 4안타에 연타석 투런포로 시즌 1,2호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28일 경기에서도 선취점을 만들어낸 2회 1타점 적시타에 3회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까지 터뜨렸다. 5타수 2안타 5타점. 개인 최다타점 기록을 하루만에 4개에서 5개로 경신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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