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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했던 KIA 1군 첫 무대 김병현, 앞으로 행보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5-29 15:13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등판한 KIA 김병현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28.

KIA 선동열 감독은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김병현에 대한 복합적인 궁금증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드러낸 말이다. 그는 제 컨디션이 아니다. 올 시즌 개막부터 넥센 2군에서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10일 투수 김영광과 맞트레이드로 고향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2군 15경기에서 1승1패, 평균 자책점 8.85에 그쳤다.

1군에 등판하기는 쉽지 않았다. 구위 자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병현은 1군을 자청했고, 선 감독은 결국 수락했다. 선 감독은 김병현에 대해 "나이가 있는 만큼 구위가 아닌 제구력으로 승부를 해야할 것 같다"고 애정어린 조언까지 했다.

그리고 김병현의 등판시기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장 편한 상태에서 올라오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KIA는 20승25패로 6위. 중위권에서 벗어나 상위권 도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간계투진이 매우 좋지 않다. 마무리 어센시오 외에는 1이닝을 확실히 막아줄 투수가 부족하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이다.

결국 선 감독은 김병현의 구위가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의 노련미와 팀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김병현을 실전에 써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28일 광주 두산전. 6-6 동점인 9회초 무사 주자 2루, 볼카운트 1B 2S 상황에서 등판했다.


이날 선발 데니스 홀튼과 외국인 타자 필이 모두 경기에 나선 상황. 외국인 선수등록규정 때문에 어센시오가 나설 수 없는 상황. 선 감독은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필을 선발로 내보낸 뒤, 한승혁-심동섭-김태영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을 구상했다. 하지만 9회 김태영이 버티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결국 노련한 김병현을 등판시켰다. 어쩔 수 없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 타자 오재원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그러나 김현수에게 139㎞ 바깥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홍성흔에게 중월 투런홈런을 맞았고, 대타 칸투에게 또 다시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김병현은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최종기록은 ⅓이닝 3피안타 3실점. 총 투구수는 10개. 여전히 그의 구위는 1군에서 버틸 수 없었다. 안타를 때려낸 김현수와 홍성흔, 그리고 칸투는 리그 최고의 타자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공을 두산 타자들은 여유있게 공략했다.

KIA는 이날 총체적인 불펜의 아킬레스건을 다시 보여줬다. 이날 6-3으로 앞선 9회초 대거 7실점하며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4연승이 무산되면서, 그동안 만들어 온 상승세가 물거품이 됐다. 김병현이 구위를 회복하고, 1이닝만 소화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중간계투진의 부상이 많은 가운데서 천군만마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김병현은 역부족이었다. 장기간 계속된 구위 저하이기 때문에 특별한 전환점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선 감독이 김병현을 어떻게 기용할 지 궁금하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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