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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으로 끝난 이대호-오승환 맞대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5-26 08:33


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한국 최고의 타자와 투수의 맞대결,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 무대에서 벌어진 두 스타의 맞대결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갱을 만들려고 해도 억지로 만들기 힘든 아름다운 시나리오로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의 첫 맞대결이 막을 내렸다.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와 오승환의 소속팀 한신이 23, 24일 양일간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옥션돔에서 경기를 치렀다. 퍼시픽리그 소속의 소프트뱅크와 센트럴리그 소속의 한신은 교류전으로 정규시즌동안 딱 4차례의 경기를 펼치기 되는데, 첫 2연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이번 2연전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 이대호와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대결을 '꿈의 맞대결'이라고 표현하는 등 큰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양팀이 맞붙는다 해도 두 사람의 투-타 맞대결이 직접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앙금 없는 찐빵과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대결 가능성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일단 한신이 경기에 앞서야 했다. 앞서는 것도 3점차 이내의 세이브 상황이 돼야 오승환이 투입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오승환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오승환이 상대할 타순에 이대호가 없다면 맞대결이 이뤄질 수 없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줘야 성사될 수 있었던 맞대결이었다.

1차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승 스리런포 포함, 2안타를 몰아친 이대호의 활약 속에 소프트뱅크가 승리를 거두며 오승환은 등판 기회를 잃었다. 하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랬던 영향이었을까. 2차전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한신이 9회말 수비를 앞두고 4-3 1점차 리드를 지켰고, 당연히 9회말 마운드는 오승환이 지키게 됐다. 우연히 소프트뱅크의 타선은 3번 하세가와에서 시작됐다. 하세가와 다음 4번 이대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연출됐다. 오승환이 하세가와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대호의 방망이에 따라 양팀의 승부가 결정날 수 있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했는지 2개 연속 볼을 던졌다. 볼카운트 2B1S. 오승환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노련한 이대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가 친 타구는 좌중간 안타가 됐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이대호의 판정승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국내에서 뛸 때 25타서 8안타, 8안타 중에서도 홈런을 3개나 만들어냈던 이대호가 역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맞대결 뒤에 또다른 반전 시나리오가 숨어있었다. 개인전에서는 이대호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오승환이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5번 마쓰다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린 뒤 6번 야나기타를 2루 땅볼, 7번 혼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4번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고, 오승환은 팀 승리를 지켜냈으니 서로 윈-윈한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이제 소프트뱅크와 한신은 내달 8, 9일 한신의 홈인 고시엔 구장에서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친다. 그 때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투-타 맞대결을 지켜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양팀의 대결이 기다려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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