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한국 최고의 타자와 투수의 맞대결,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 무대에서 벌어진 두 스타의 맞대결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갱을 만들려고 해도 억지로 만들기 힘든 아름다운 시나리오로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의 첫 맞대결이 막을 내렸다.
1차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승 스리런포 포함, 2안타를 몰아친 이대호의 활약 속에 소프트뱅크가 승리를 거두며 오승환은 등판 기회를 잃었다. 하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랬던 영향이었을까. 2차전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한신이 9회말 수비를 앞두고 4-3 1점차 리드를 지켰고, 당연히 9회말 마운드는 오승환이 지키게 됐다. 우연히 소프트뱅크의 타선은 3번 하세가와에서 시작됐다. 하세가와 다음 4번 이대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연출됐다. 오승환이 하세가와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대호의 방망이에 따라 양팀의 승부가 결정날 수 있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했는지 2개 연속 볼을 던졌다. 볼카운트 2B1S. 오승환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노련한 이대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가 친 타구는 좌중간 안타가 됐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이대호의 판정승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국내에서 뛸 때 25타서 8안타, 8안타 중에서도 홈런을 3개나 만들어냈던 이대호가 역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제 소프트뱅크와 한신은 내달 8, 9일 한신의 홈인 고시엔 구장에서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친다. 그 때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투-타 맞대결을 지켜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양팀의 대결이 기다려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