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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현상, 도를 넘어섰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5-26 10:00 | 최종수정 2014-05-26 10:00


올해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이 될 전망이다.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물론 평균 경기 시간도 최근 몇 년간 최고 수치를 기록중이다. 25일 잠실 두산-한화전에서는 양팀이 30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속에 9회까지 3시간 58분이 소요됐다. 과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의 '품질'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5월 들어 25일까지 한 경기서 한 팀이 10득점 이상을 올린 경우가 28번이나 나왔다. 지난 7일 목동 경기에서는 NC가 넥센에 24대5로 이긴 바 있다. 매일 어디선가 '핸드볼 스코어'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타고투저 현상이 가장 심했던 시즌은 지난 1999년이다. 그해 전체 타율은 2할7푼6리, 평균자책점은 4.98이었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32시즌 동안 각각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터진 총 1274개의 홈런도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경기당 10.77득점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올시즌 1999년을 뛰어넘는 타고투저 시즌이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전체 타율은 2할8푼2리에 이르고, 평균자책점은 4.99로 5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4월 30일 기준 전체 타율은 2할7푼7리, 평균자책점은 4.68이었다. 5월 들어 타자들의 기세가 더욱 거세졌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5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고, 토종 타자들마저 경쟁 의식이 커진 터라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 경쟁만 보더라도 토종 타자들의 물오른 기세가 드러난다. 넥센 박병호(17개)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 박석민과 최형우가 11홈런을 치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타점 부문서는 선두인 두산 김현수(41개)를 비롯해 6명의 토종 타자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투수들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평균자책점 2점대 투수는 KIA 양현종(2.77)과 넥센 벤헤켄(2.91), 둘 뿐이다. 2점대 이하를 꾸준히 유지했던 두산 유희관, NC 이재학, KIA 홀튼 등은 게임을 거듭할수록 부진에 빠져들며 3점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6승으로 다승 공동 1위인 삼성 장원삼과 롯데 유먼은 평균자책점이 각각 4.24, 4.25에 불과하다. 올해 완투는 두 번 밖에 안나왔다. 지난 10일 잠실 삼성전서 두산 니퍼트, 25일 대구 넥센전서 삼성 밴덴헐크가 각각 9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낸 게 전부다.

화끈한 타격전이 흥미를 돋우는 측면이 있지만, 빈도가 잦으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때도 많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 이기는 팀에서 계속해서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리면 팬들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진다.

평균 경기시간도 지난해 3시간 20분에서 올시즌 3시간 25분으로 5분이나 늘어났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니 실책도 자주 나온다. 이날 현재 194경기에서 나온 실책은 총 298개다. 경기당 평균 1.54개. 지난해 경기당 실책은 1.27개였고, 2012년에는 1.18개였다. 실책수가 지난해보다 21.3%나 늘어났다. 경기력 또는 경기의 수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따른다. 스트라이크존이 지나치게 좁아졌다는 것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이 바뀌었다면 시즌 전 현장에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을 정도다. 좌우 폭 뿐만 아니라 높낮이에 있어서도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에 인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스트라이크존 축소가 타고투저 현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9개팀으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준이 하락했다는 의견. 지난해부터 타고투저 현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 올해 심화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10구단 KT가 참가하는 내년에는 매일같이 '핸드볼 스코어'를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오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배출되는 신인 선수들에는 한계가 있고, 팀수만 늘어나니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이 도를 넘어선 '타고투저' 현상은 향후 몇년간 프로야구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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