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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의 '품질'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시즌 1999년을 뛰어넘는 타고투저 시즌이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전체 타율은 2할8푼2리에 이르고, 평균자책점은 4.99로 5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4월 30일 기준 전체 타율은 2할7푼7리, 평균자책점은 4.68이었다. 5월 들어 타자들의 기세가 더욱 거세졌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5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고, 토종 타자들마저 경쟁 의식이 커진 터라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 경쟁만 보더라도 토종 타자들의 물오른 기세가 드러난다. 넥센 박병호(17개)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 박석민과 최형우가 11홈런을 치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타점 부문서는 선두인 두산 김현수(41개)를 비롯해 6명의 토종 타자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화끈한 타격전이 흥미를 돋우는 측면이 있지만, 빈도가 잦으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때도 많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 이기는 팀에서 계속해서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리면 팬들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진다.
평균 경기시간도 지난해 3시간 20분에서 올시즌 3시간 25분으로 5분이나 늘어났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니 실책도 자주 나온다. 이날 현재 194경기에서 나온 실책은 총 298개다. 경기당 평균 1.54개. 지난해 경기당 실책은 1.27개였고, 2012년에는 1.18개였다. 실책수가 지난해보다 21.3%나 늘어났다. 경기력 또는 경기의 수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따른다. 스트라이크존이 지나치게 좁아졌다는 것이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이 바뀌었다면 시즌 전 현장에 통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을 정도다. 좌우 폭 뿐만 아니라 높낮이에 있어서도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에 인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스트라이크존 축소가 타고투저 현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9개팀으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준이 하락했다는 의견. 지난해부터 타고투저 현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 올해 심화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10구단 KT가 참가하는 내년에는 매일같이 '핸드볼 스코어'를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오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배출되는 신인 선수들에는 한계가 있고, 팀수만 늘어나니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이 도를 넘어선 '타고투저' 현상은 향후 몇년간 프로야구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