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게 보면 투혼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그리고 선수 인생을 길게 보면 최근 행보에 걱정의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에게 이번 시즌은 어떤 의미일까. 분명 그 어느해보다 승리에 대한 강한 열정이 엿보인다.
이번 시즌 유독 승리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보이는 양현종이다. 모든 투수들이 승리하면 기뻐하고, 패전이 되면 슬퍼하는게 당연하지만 올시즌 양현종의 모습은 이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는 듯 하다. 지난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8이닝 1실점 호투를 하고도 패전위기에 몰려 초조해하다, 팀이 동점을 만들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기뻐했다. 1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마무리 어센시오가 1점차 승부를 겨우 마무리하자 격하게 어센시오를 껴안았다.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데 덕아웃에 직접적으로 사인을 보내고, 투수코치를 피해 마운드를 벗어나는 행동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벌써 4승을 챙겼지만 지독히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양현종이다. 이번 시즌 패하거나 노디시전 경기가 된 것이 5차례. 그 중 4월 18일 SK 와이번스전에서 6⅓이닝 7실점을 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승리를 따낼 만한 좋은 투구를 했다.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날수록 양현종은 더욱 초조하게 시즌을 치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등판때마다 터지지 않는 타선에 답답할 에이스의 숙명이다.
21일 양현종의 투구. 성적으로만 보면 무난했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1회부터 흔들리며 1실점을 했는데, 구위 자체가 지금까지 상대를 압도하던 그 것이 아니었다. 제구도 매우 불안했다. 그렇다고 LG전이 매우 큰 부담을 가져야할 매치였나. 그것도 아니었다. 평상시와 똑같은 경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양현종의 투구는 확실히 떨어졌다. 경험을 통한 노련미로 꾸역꾸역 무실점 투구를 했다고 하는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투수가 자신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져주고, 많은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베스트다. 하지만 양현종의 경우 조금 걱정이 들 정도다. LG전 127개는 이번 시즌 최다투구수. 종전 최다투구수도 123개로 많았다. 15일 경기에서 117개의 많은 공을 던졌다.
양현종은 21일 기준, 9경기에서 975개의 공을 던져 투구수 부문에서 단연 1위다. 경기당 108개가 넘어가는 수치다. 이닝 소화도 1위다. 61⅔이닝을 던졌는데 60이닝을 넘긴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문제는 초반의 오버 페이스가 시즌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LG전에서 구위가 확 떨어졌다. 물론, 투수가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좋은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지만 전 경기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후유증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양현종이 무너지면 KIA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에이스는 명심해야 한다.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더욱 길게 자신의 투구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한 경기, 한 시즌 성적에 집착을 하다 부상을 얻고, 이후 선수생활을 어렵게 풀어간 선수들의 사례가 많다. 선수 본인도 욕심을 줄이고, 코칭스태프도 철저한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