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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뇌진탕 증세...롯데 문규현의 투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5-15 07:06


11일 오후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롯데 문규현이 훈련을 위해 덕아웃을 나서고 있다. 문규현은 10일 경기에서 수비 도중 뒤로 넘어지면서 가벼운 뇌진탕 증상을 보였지만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훈련에 나왔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11.

"비닐 봉지라도 들고 나갈테니, 조금만 견디며 열심히 뛰어달라고 했어요."

롯데 자이언츠 이진오 트레이너는 평소 걸쭉한 입담을 자랑한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트레이너는 "문규현 때문에 비닐 봉지를 준비했다. 조짐이 느껴지면 신호를 보내라고 했다. 비닐 봉지 들고 뛰어 나간다고"라고 말했다. 이 농담 속에는 트레이너로서 더 이상 좋은 처치 방법을 찾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롯데 유격수 문규현이 투혼을 발휘 중이다. 문규현은 지난 10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플라이 타구를 잡다 뒷통수를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히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앰뷸런스가 그라운드에 들어와 문규현을 직접 싣고가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TV 중계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예비 신부가 눈물을 펑펑 쏟았을 정도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다행히, 검진 결과 가벼운 뇌진탕이라는 소견을 들었지만 뇌진탕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이 동반된다. 땅에 부딪히며 생긴 목 통증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문규현은 13일 경기 후 호텔 트레이너 룸에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담에 걸린 듯 한 목 통증은 참는다 해도, 오랜 시간 집중을 하다보면 어지럼증이 급속도로 심해진다고 했다. 경기 막판에는 눈앞이 하얘지는 증상까지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 빠질 수도 없다. 문규현은 최근 롯데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 중이다. 검진 소견상 이상이 있으면 당연히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를 빼주는 게 맞지만, 소견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 이 트레이너는 "뇌진탕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다. 안타깝지만 경기를 치르며 극복해야 하는 증상이다. 만약 선수에게 무리가 갈 수 있다면 절대 뛰지 못하게 말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시진 감독도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있다. 건강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해 출전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부상과 관계 없이 팀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문규현은 14일 경기에 2번 타순으로 전진배치 됐다. 김 감독은 "손아섭과 히메네스 중심타선 앞에 가장 잘맞는 타자를 놓는 게 정석"이라며 문규현을 2번 타순에 출전시켰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 연속안타를 때렸다.

선수 본인도 투혼을 불태웠다. 문규현은 "몸상태는 조금 좋지 않지만, 팀에서 믿어주시는 만큼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문규현은 7회초 안타를 때려내며 12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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