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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을 했다. 전화를 드리는게 도리였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야구계에서는 감독이 팀을 떠나면 수석코치도 같이 물러나는게 관례화 돼있다. 일종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선언 후 조 수석코치도 당연히 책임을 지려 했다. 단, 새 감독이 인선된 후 팀이 안정을 찾으면 떠나려 했다. 감독대행으로 19일, 17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구단이 11일 양 신임 감독을 선임하자 코치실에서 짐을 뺐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양 감독의 요청이었다. 양 감독은 조 수석코치에게 "2군 감독으로 힘이 돼달라"라고 말했다. 시즌 도중 새 팀에 부임한 상황에 팀을 가장 잘 아는 수석코치의 존재는 어디에서든 필요했다.
갈피를 못잡던 조 수석코치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김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김 감독은 "어느 자리든 남아 팀을 위해 일을 해주시는게, 떠난 저를 위한 일입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조 수석코치였다. 이번에는 야구로는 선배인 조 수석코치가 감독이 아닌 아우가 된 김 감독에게 기댔다.
"묵묵히 선수 육성에 힘쓰겠다."
어떻게 보면 감독을 홀로 떠나보낸 수석코치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비판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특수하다. 시즌 초반 감독이 사퇴 결심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조 수석코치가 팀을 떠나지 않고 2군에서라도 중심을 잡아준다면 LG 구단 운영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이번 잔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는 이유다.
마음을 다잡은 조 수석코치는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물론 목표가 크고 화려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1군에 도움이 될 선수들을 키워내겠다는 목표 하나다. 조 수석코치는 "1군 무대에서 치열하게 지내왔다. 이제, 2군 무대에서 야구 공부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며 "결국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2군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일 뿐이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1군용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보겠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코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김 감독님만 생각하면 이게 맞는 선택인가 생각이 든다"면서도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제 내 맡은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