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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야구는 팀 스포츠다'라는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9구단 NC 다이노스다. 1군 진입 두번째 시즌, 신생팀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존 팀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NC 구성원들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몸을 낮추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NC의 선전이 '반짝'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지난해 NC는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컸다. 하지만 올시즌 김 감독은 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했고, 지난해 주전으로 뛴 선수들이 백업멤버가 돼 벤치를 한층 두텁게 했다. 결국 27명(창단 특전으로 1명 추가 보유)의 엔트리 전원이 강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벤치멤버가 강해진 게 NC의 상승세를 증명하지 않는다. 다른 팀들도 벤치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NC는 27명의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강하게 뭉쳐있다. 경기에 투입되지 않아도 백업선수들은 불만없이 언제 어디서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정준은 2-2 동점이 된 5회말 솔로홈런을 터뜨려 분위기를 다시 NC 쪽으로 끌어왔다. 직전 수비였던 5회초 손아섭에게 솔로포 한 방을 맞아 어렵게 잡은 리드를 놓쳤기에 천금 같은 홈런이었다.
지난 2003년 롯데에 1차 지명된 박정준은 프로에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05년 91경기에 나선 뒤 다시 1,2군을 들락날락했다.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2011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013시즌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고향팀인 NC로 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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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백업멤버의 설움을 잘 아는 이다. 지난해 NC에서 기회를 잡나 싶었지만, 신인 권희동에 밀려 또다시 벤치멤버가 됐다. 올해는 FA 이종욱 영입으로 좁아진 외야 탓에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박정준이 주인공이었다. 그는 7회 1사 1,3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쐐기타점까지 만들었다. 결승홈런에 이어 쐐기타까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묵묵히 기다린 백업선수의 힘이 어떤 지 보여준 장면이다.
4번타자 이호준의 희생번트, 행동하는 리더가 전한 메시지
박정준이 쐐기타를 날리기 전, 또 한 명의 숨은 영웅이 있었다. 4번타자 이호준은 무사 2루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벤치의 작전은 아니었다. 스스로 판단에 의해 보내기 번트를 댔고, 1사 3루로 득점 찬스가 이어졌다.
사실 4번타자의 번트는 많은 논란을 부른다. 4번타자가 아니라도 중심타자들이 번트를 댈 때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마련이다. 특히나 김 감독은 그런 작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호준은 경기 후 벤치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 댄 번트라고 밝혔다. 팀 승리를 위해 진루타가 필요했고, 꼭 이기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2011년 6월 23일 광주 KIA-SK전 이후 3년여만에 나온 희생번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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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은 이처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령탑 김경문 감독 역시 NC를 하나의 팀으로 결속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이들을 어루만질 줄 안다. 평소 카리스마로 유명한 김 감독이지만, 가끔씩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반드시 기회를 준다.
그는 라인업을 자주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엔 백업멤버들을 주전으로 투입시켜 재미를 보고 있다. 김종호의 부상이나 다른 주전들의 체력 안배 문제도 있었지만, 칼을 갈고 있는 백업선수들의 컨디션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이용했다.
박정준은 물론,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10타수 3안타 6타점을 올린 지석훈이 그 예다. 올시즌 기회가 줄었지만, 이들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NC를 단련시키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