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교급 투수'라는 별명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상당히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영입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잔류. 엄청난 기대와는 달리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입단 4년째를 맞이한 올해가 돼서야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무기는 150㎞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 제구력은 여전히 미완성. 아직도 볼넷이 많다.
|
6일까지 유창식은 6경기에 선발로 나와 34⅔이닝을 던지며 2승1패에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은 21개를 잡았는데, 볼넷은 29개나 허용했다. 꽤 안정적으로 길이 들었지만, 아직은 야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준마의 느낌이다.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힘을 앞세워 넘긴 적이 많다. 대표적인 장면이 5월 1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2-0으로 앞선 2회초 2사 후에 제구력이 무너졌다. 6번 황재균과 7번 강민호 8번 문규현에게 3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가 겨우 9번 김민하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 실점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연속 볼넷→무실점 잔루처리'의 패턴이 올해 유창식에게는 많이 나온다. 그 덕분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볼넷이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평균자책점이 1위인 매우 희한한 성적을 내고 있다. 어쨌든 한화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다. 아찔한 위기가 있어도 결론은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두 경기에서는 전혀 달랐다. 4월29일 광주 SK전 때 1이닝 만에 2안타에 4사구 6개로 흔들리더니 5월5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불과 ⅓이닝 만에 2안타 4사구 4개로 무려 6점이나 허용했다. 이 기량이면 선발로 쓸 수 없다. 첫 두 경기의 결과에 고무됐던 팀은 뒤이은 한승혁의 두 경기 실패에 크게 낙담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한승혁의 보완점에 대해 "결국은 제구력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궤적 차이가 너무 커서 타자들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구력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장점을 더 극대화해 단점을 가리는 방향도 고려할 만 하다. 스타일이 비슷한 입단 동기 유창식은 여전히 제구력이 불안하지만, 올시즌 꽤 성공적인 선발 정착을 이뤄냈다. 자신의 장점인 직구를 앞세워 위기상황에서 더 공격적인 승부를 한 덕분이다. 한승혁이 선발 연착륙을 위해서 참고해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