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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 이대호의 롯데 4번 후계자인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5-06 08:34


22일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수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1회 1사 1,2루에서 히메네스가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1루에서 동료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히메네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22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32)는 벤치에서 틈날 때마다 자신의 헬멧 안쪽에 붙은 스티커를 한참 응시한다.

'매직아이'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한번쯤 특이한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숨은 뭔가가 보인다는 식의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히메네스의 헬멧 안쪽엔 마치 인간의 눈 동공과 비슷한 두 개 원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걸 바라보면 굳어진 눈의 근육을 풀어주어 집중력 및 시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히메네스는 이걸 약 3주전 미국 지인에게 부탁해서 소포로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매직아이 스티커를 약 6년 전부터 사용해왔다. 실제 이 스티커가 도움이 되는 지 안 되는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5일 인천 SK전에선 5타수 1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그래도 늘 해오던 것이라 습관 처럼 붙여놓고 시간 날때마다 한번씩 보고 타석에 들어간다.


히메네스 헬멧 안쪽에 붙은 매직아이 스티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히메네스가 매직아이를 하는 걸 본 후 롯데 팀 동료 선수들이 신기한 듯 서로 해봤다.

그중 손아섭과 황재균이 히메네스에게 남은 스티커를 달라고 했다. 지금 손아섭과 황재균의 헬멧에도 매직아이가 붙어 있다.

히메네스의 시력은 양쪽 모두 1.2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이 스티커는 눈 운동을 통해 타석에서 심리적으로 집중력을 올려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사용해보는 것이다.

히메네스는 현재 롯데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2014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지난 3월 중순 시범경기 기간, 팀 훈련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도 못했다. 약 10일 늦게 1군에 합류한 그는 약 한 달 만에 롯데의 중심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처음에 5번 타자로 시작해 지금은 타격감이 안 좋은 최준석을 대신해 4번 타순에 들어가고 있다.


그는 타격 다수의 분야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출루율(0.495) 1위, 타율(0.395) 장타율(0.697) 2위, 타점(22점) 공동 3위, 홈런(6개) 공동 4위에 랭크돼 있다.

히메네스의 타격은 꾸준한 맛이 있다. 5일까지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멀티히트만 11경기,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3푼5리.

전문가들은 히메네스는 장타력과 정교함을 함께 갖춘 선수라고 평가한다.

체중이 130㎏에 육박하는 거구로 배팅 스피드가 벼락같이 빠르다. 초반 대부분의 타구가 끌어당기면서 우측으로 나가자 상대팀들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위치를 움직이는 것)를 했다. 2루수가 한참 뒤로 물러나 2루수와 우익수 중간쯤까지 갔다. 유격수가 2루쪽에 거의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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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는 영리하게 이때부터 바깥쪽 공을 의도적으로 밀어쳤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가 넓어져 쉽게 안타가 됐다. 그러자 상대가 시프트를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걸로 바꿨다.

그렇다면 히메네스는 국내 무대에서 통한다고 검증이 된 걸로 봐도 될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히메네스는 이제 20경기를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무대가 처음인 외국인 타자들은 최소 2개월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약 50경기 정도를 보면 선수의 성공 여부가 가려진다고 한다.

히메네스가 앞으로 1달 동안 지금 같은 타격감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히메네스가 상대하는 투수들을 알아가는 것 이상으로 상대팀도 히메네스의 타격을 현미경 처럼 분석한다.

그는 지금까지 우완 투수와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상대로 6홈런을 쳤다. 언더핸드스로 상대로 타율이 무려 6할6푼7리, 2홈런, 우완 투수로는 타율 4할2푼9리, 4홈런을 기록했다. 반면 좌완 투수를 상대해선 타율 2할8푼6리, 아직 홈런이 없다. 아직 좌측 담장을 넘긴 홈런 타구가 없다.

히메네스는 좌완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좌타자인 히메네스에게 좌완이 던지는 바깥쪽 공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코스를 상대 투수들이 파고든다. 변화구로 헷갈리게 만들고, 직구로 카운트를 잡는다.

몸쪽에 어정쩡한 공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직구는 벼락같이 반응한다.

히메네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롯데에 새 4번 타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후계자가 히메네스인 셈이다. 요즘 대타로 출전하고 있는 최준석이 타격감을 되찾지 못할 경우 히메네스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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