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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1번 출전 넥센 로티노, 못하는 게 뭘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5-06 16:48


두산과 넥센의 주중 3연전 첫번째날 경기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로티노.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29/

'트랜스포머'. 팀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선수 비니 로티노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이제는 팀의 리드오프로까지 변신 완료했다.

로티노는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파격적으로 1번 타자로 나왔다. 수비 포지션은 가장 익숙한 좌익수. 올 시즌 21번째 맡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리드오프로는 올해 처음으로 나섰다.

로티노의 1번 타자 출전은 팀의 주전 리드오프인 서건창의 컨디션 난조와 관련있다. 서건창은 전날 광주 KIA 타이거즈전 때 자신이 친 타구에 왼쪽 발목을 맞아 통증이 생겼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날 경기에 빼고, 대신 로티노를 그 자리에 넣었다.

올해 로티노는 다양한 타순을 경험했다. 시즌 초반에는 하위 타순을 맡았다. 첫 출전이던 3월 29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때는 7번 타자로 나섰다. 이후 한동안 7번 타순과 8번 타순을 오갔다. 이 때의 수비 포지션은 모두 좌익수. 그러다가 4월 10일 목동 KIA 타이거즈전 때는 사상 첫 외국인 포수 선발 출전 기록을 세우면서 9번으로 타순이 이동했다. 아무래도 신경쓸 것이 많은 포수 포지션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공격 부담이 적은 9번 자리가 적합하다.

이후 로티노는 4월 24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때 2번 타자로 나섰다. 당시 물오른 타격감과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던 터라 넥센 염경엽 감독은 로티노를 테이블세터진으로 투입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로티노는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테이블세터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로티노는 상위 타순에 주로 포진됐다. 4월27일 목동 삼성 라이온스전 때는 중심타선인 3번 타자까지 소화했다.

이 시점부터 로티노는 이미 팀의 핵심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4월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는 6경기 연속 2번 타자를 맡았다. 이 6경기에서 로티노의 타율은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 출루율은 4할6푼4리나 됐다. 같은 기간 15타석 이상을 소화한 팀내 타자 중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3위였다.

맹활약을 이어가던 '트랜스포머' 로티노가 또 한 번 변신을 했다. 이번에는 팀 공격의 선봉장인 리드오프 1번 타자다. 매우 중요한 타순이면서 상황에 딱 맞는 타격을 해야 하는 위치다. 리드오프는 선구안도 좋아야하고, 참을성도 많아야 한다. 안타나 볼넷으로 누상에 살아나가는 것이 제1의 목적이고, 그게 안될 경우 상대 투수로 하여금 되도록 많은 공을 던지게 해야 한다.

그래서 리드오프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선구안, 배트콘트롤, 작전수행능력, 주루플레이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원래 서건창이 이걸 했지만, 전날 타구에 맞은 영향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염 감독은 로티노가 이 자리를 맡을 수 있으리라 봤다.


하지만 염 감독의 예측, 그리고 로티노의 변신은 이번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 첫 타석에서는 그나마 NC 선발 찰리와 6구까지 가는 승부를 했지만, 나머지 타석에서는 5구 미만에 공격을 하다가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래도 로티노의 1번 출격은 상당히 신선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단 로티노의 가용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경기에서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향후 충분히 다시 1번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상황처럼 주전 1번타자 서건창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거나 다쳤을 경우, 로티노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센 입장에서는 로티노가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타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로티노는 복덩이 중에 복덩이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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