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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4번 나지완 '하프스윙'에 담긴 책임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4-27 12:24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만루서 KIA 나지완이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김창희 코치와 주먹을 맞추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26.

타자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배트 콘트롤 기술을 발휘한다. 몸쪽 실투성 공은 풀스윙으로 당겨쳐 힘을 최대한 실어 멀리 보내려고 하고, 바깥쪽 변화구는 타격 포인트를 뒤로 맞춰 가볍게 밀어친다. 때로는 임팩트 후 팔로 스루를 할 때 한 손을 놓으며 타구의 방향을 임의대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프 스윙은 그런 기술의 하나다. 풀 스윙을 했을 때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순간적으로 팔로 스루를 멈추고 타구를 자연스럽게 밀어친다. 공을 일단 맞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주자 상황에 맞춰 타구를 보내는 팀 배팅이다. KIA 4번타자 나지완은 팀 배팅의 정석을 보여줬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KIA 공격.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나온 KIA 4번 나지완은 LG 투수 정현욱의 초구와 2구에 풀스윙을 했다. 배트는 공과 닿지 않았다. 3구째는 볼. 볼카운트 1B2S. 기다릴 것인가, 휘두를 것인가. 승부처였다.

나지완은 LG 투수 정현욱의 4구째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볍게 밀어쳤다. 이번에는 풀스윙이 아니었다. 일단 공을 맞힌 뒤 손목만 살짝 비틀어 돌리는 타법. 배트는 중간까지만 돌리다가 멈췄다. 보통 풀스윙을 하면 배트가 등 뒤쪽까지 돌아가지만 나지완의 배트는 몸 앞쪽에 머물렀다. 손목힘만 사용한 하프스윙성 타격법이다.

이 타구는 2루수 왼쪽을 스쳐 중견수 앞까지 굴러갔다. 2명의 주자가 들어와 스코어는 5-2로 벌어졌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 배팅이었다.

이 타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나지완이 최근 계속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25일 잠실 LG전에서 나지완은 4번 타자로 나왔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승리를 만들어낼 기회에서 허무한 스윙을 했다. 2-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 기회가 제일 아쉬웠던 순간. 나지완은 제구력이 흔들려 2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LG 선발 류제국을 상대로 1구에 파울 타구를 만든 뒤 2구째에도 힘껏 스윙했다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되고 말았다. 상대의 흔들림을 이용하지 못하고, 4번 타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순간. 만약 여기서 나지완의 적시타로 KIA가 추가점을 냈다면 승리가 한층 더 눈앞에 다가올 수 있었다.

4번타자는 모름지기 호쾌한 장타력으로 팀의 득점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호쾌한 스윙보다 정확한 타격으로도 기회를 해결하기도 해야 한다. 현재 나지완은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다. 때문에 특유의 장타력이 잘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지완은 25일 경기의 실패를 통해 깊은 반성을 했다. 26일의 '하프스윙'은 그런 반성의 결과물이다. 팀을 위한 타격, 한층 더 4번 타자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난 모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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