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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배트 콘트롤 기술을 발휘한다. 몸쪽 실투성 공은 풀스윙으로 당겨쳐 힘을 최대한 실어 멀리 보내려고 하고, 바깥쪽 변화구는 타격 포인트를 뒤로 맞춰 가볍게 밀어친다. 때로는 임팩트 후 팔로 스루를 할 때 한 손을 놓으며 타구의 방향을 임의대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나지완은 LG 투수 정현욱의 4구째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볍게 밀어쳤다. 이번에는 풀스윙이 아니었다. 일단 공을 맞힌 뒤 손목만 살짝 비틀어 돌리는 타법. 배트는 중간까지만 돌리다가 멈췄다. 보통 풀스윙을 하면 배트가 등 뒤쪽까지 돌아가지만 나지완의 배트는 몸 앞쪽에 머물렀다. 손목힘만 사용한 하프스윙성 타격법이다.
이 타구는 2루수 왼쪽을 스쳐 중견수 앞까지 굴러갔다. 2명의 주자가 들어와 스코어는 5-2로 벌어졌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 배팅이었다.
4번타자는 모름지기 호쾌한 장타력으로 팀의 득점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호쾌한 스윙보다 정확한 타격으로도 기회를 해결하기도 해야 한다. 현재 나지완은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다. 때문에 특유의 장타력이 잘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지완은 25일 경기의 실패를 통해 깊은 반성을 했다. 26일의 '하프스윙'은 그런 반성의 결과물이다. 팀을 위한 타격, 한층 더 4번 타자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난 모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