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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LA 다저스)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아직 이 투수가 류현진이라는 대투수를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리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고졸 신인으로 프로 1군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LG 트윈스 투수 임지섭(19) 얘기다.
임지섭은 프로야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키게 됐다. 역대 고졸 신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사례는 단 3차례. 1991년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이 부산 OB(두산 전신)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이 첫 번째다. 이후 2002년 KIA 타이거즈 김진우가 광주 현대(넥센 전신)전에서 두 번째 고졸 데뷔전 승리 투수로 기록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6년 류현진이 장식했다. 잠실 LG와의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힘차게 프로 첫 발을 디뎠다.
김진우 류현진이라는 이름값과 견줘보면 임지섭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잘던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인답게 씩씩한 투구였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공을 뿌렸다. 임지섭은 "직구 힘이 좋아 적극적으로 승부했다"며 "앞으로도 파워피처로서 스타일을 지키고 싶다. 다만 들쭉날쭉한 제구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컨트롤이 잘 되다가도 한 순간 무너질 때가 있는데, 직구 구위와 제구 모두 뛰어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지섭은 데뷔승을 거뒀지만, 당장 2군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SK 와이번스와의 주중 3연전부터는 주축 선발 투수들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임지섭은 "2군에 내려간다 해도 거기서 배우면 되기에 아쉬움은 없다"면서도 "시즌 내내 2군에만 있으면 안된다"라며 19세답게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항상 똑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류현진, 봉중근 선배님을 닮고 싶다"고 말하는 임지섭. 아직은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분명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성장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19세 청년의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