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코리안 메이저리거 4인방, 2014 기상도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3-21 07:26



야구 선수들의 로망.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의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기 위해 올해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한다.

지난해 추신수(32)와 류현진(27)이 위용을 과시했던 빅리그에 올해는 새얼굴이 가세했다. FA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은 우완 투수 윤석민(29)과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적응 기간을 보낸 사이드암 임창용(38)이 빅리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 네 명이 올해 나란히 빅리그에 서게 될 가능성은 꽤 크다.

그렇다면 코리안 메이저리거 4인방의 올 시즌은 어떻게 전개될까. 개인 기량과 팀내 입지, 그리고 팀의 예상 성적을 종합해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2014시즌 기상도를 전망해본다.

류현진-올해도 화창

지난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루키 시즌'을 무색케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14승8패에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 WHIP 1.20.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0위, 평균자책점 공동 8위, 탈삼진 26위, WHIP 20위의 성적은 신인이 내기 어려운 성과다.

이런 기세는 2년차를 맞이한 올시즌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우선 내부적 요인. 류현진 스스로 한층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변화에 나섰다.

류현진은 모든 것이 낯설었던 루키 시즌을 치른 뒤 자신의 부족함과 보완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시즌 종료 후 한국에 들어왔을 때 "초반에 흔들리는 점이나 몇몇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면에 대한 보완을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미 진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그 결과 한층 더 철저한 준비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체중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한층 줄어든 것이 눈에 우선 띈다. 비시즌 동안 개인 훈련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증거. 시범경기 등판 내용도 좋다. 류현진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4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지난해(7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3.29)보다 좋았다.


외부 요인도 류현진의 호성적을 기대케 한다. 일단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발진이 튼튼하다. 에이스 커쇼와 그레인키의 원투펀치가 건재하다. 타선 역시 지난해에 비해 손색이 없다. 특히 야시엘 푸이그가 2년차를 맞이 해 한층 강력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 ⓒAFPBBNews = News1
추신수-텍사스의 하늘도 맑음

추신수는 이제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특급 타자다. 지난 시즌 후 신시내티 레즈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369억5500만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몸값이 곧 그 선수의 위상을 뜻한다.

텍사스가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추신수를 데려왔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그만한 효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우선은 스태미너. 2012~2013시즌 연속으로 150경기-560타석 이상을 소화했다. 다음으로는 정확성. 메이저리그 통산 9시즌 동안 2할8푼8리의 평균타율에 3할8푼9리의 평균 출루율을 기록했다. 특히 2013년 출루율 4할2푼3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4위 기록이다. 빠른 발과 일발장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추신수는 21홈런-20도루로 개인통산 세 번째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수비력 또한 추신수의 강점. 투수 출신답게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외야 송구와 넓은 수비 범위가 일품이다. 한 마디로 '5툴 플레이어'인 셈이다.

텍사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팀의 결정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신수를 택했다. 텍사스의 심각한 결점. 바로 부실한 득점력이다. 지난해 팀 타점(691개)과 팀 득점(730점)이 1995년(651개-691점) 이후 18시즌 만에 최저였다. 결국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루율이 뛰어난 테이블 세터진과 확률 높은 슬러거가 필요했다. 텍사스는 시즌 종료 후 거포 프린스 필더를 영입했고, 추신수까지 데려왔다.

FA계약 첫 시즌인 올해, 추신수는 이런 팀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추신수가 그간 쌓아온 경력이나 기록들은 단지 한 두 시즌만 잘 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많이 출루하고 뛰는 유형의 타자다. 실력의 일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모습은 쉽게 사라지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팀 전력도 추신수의 전망을 밝게 한다. 그간 추신수는 비교적 약체팀(클리블랜드-신시내티)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았다. 고군분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텍사스는 강팀이다.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위시한 선발진이 탄탄한데다가 필더의 합류로 공격력 역시 막강해졌다. 때문에 추신수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공식 입단식에서 벅 쇼월터 감독(왼쪽), 댄 듀켓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볼티모어 구단 트위터
윤석민-지금은 흐리지만…

윤석민은 류현진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두 번째 투수가 됐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볼티모어는 지난 2월 13일(한국시각) 윤석민과 3년간 보장액 557만5000달러, 보너스 포함 최대 13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윤석민은 그토록 간절히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꿈을 이뤘다는 차원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윤석민의 목표가 단순히 '메이저리그 진출'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윤석민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볼티모어는 아직 윤석민에 대한 확신이 없다. 계약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보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가 깊이 담겨있다. 우선 계약 첫 해인 2014시즌에는 윤석민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 즉, 팀에서 마이너리그행을 지시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당연히 선발 보장도 되지 않는다. 연봉보다 옵션이 더 많은 것 역시 구단이 윤석민에게 '무한 경쟁'을 주문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은 윤석민도 이미 납득하고 있다. 한국에서 2011시즌에 최정점을 찍었던 실력이 지난 2년간 계속 하향세를 그렸기 때문이다. 부상도 있었다. 그래서 윤석민은 이런 볼티모어의 냉정한 처우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어차피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는 자세다.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윤석민은 지난 16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시범경기에 처음 출격했다. 결과는 1이닝 무실점. 운좋게 승리까지 따냈다. 그러나 이걸로는 아직 부족하다. 팀은 여전히 윤석민을 '가능성 있는 불펜투수'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이미 볼티모어 선발진이 포화상태인 점도 악재다.

일단 윤석민은 시즌 출발을 마이너리그에서 하게 될 듯 하다. 전력이 강하지 못한 볼티모어로서는 시즌 초반에 실험을 할 겨를이 없다. 검증된 전력을 들고 나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윤석민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윤석민이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로 콜업될 수 있다. 관건은 마이너리그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이느냐다. 열쇠는 윤석민이 쥐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중인 시카고 컵스 임창용.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1.17
임창용-안개비만 내리고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현재 시범경기에 나서고 있는 임창용은 벌써 2년째 빅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올해야말로 제대로 된 도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는 절반 이상 재활훈련을 하느라 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와의 계약이 만료된 2012년 말, 컵스와 2년간 스플릿 계약을 했다. 이때 임창용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미 2012년 6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을 하고 있던 시기다. 그러나 컵스는 임창용이 재활 중인 것을 알고서도 계약서를 내밀었다. '회복한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지만, 컵스 역시 임창용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 간 재활치료와 훈련을 진행한 임창용은 드디어 지난해 6월말부터 마이너리그 실전 등판을 시작했다. 이어 9월에는 엔트리가 확대된 덕분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불펜에서 6번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래도 재활훈련을 마치고 실전이 가능해졌다는 게 약간의 의미를 지녔다.

이후 임창용은 비시즌 동안 철저히 시즌 준비를 했다. 1월에는 친정팀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서 한신으로 진출한 오승환과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몸상태가 회복된 만큼, 올해에는 전력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리기 위한 준비였다. 컵스와의 계약은 올해를 끝으로 만료가 된다. 임창용으로서는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한다. 입장이 절박할 수 밖에 없다. 시범경기서부터 전력을 펼치는 이유다.

그러나 임창용의 시즌 전망은 그야말로 '안개정국'이다. 컵스 코칭스태프 쪽에서 임창용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가 팀내 입지도 좁다. 그다지 호평을 받고 있지 못하다. 결국 시범경기가 끝난 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내려가게 될 경우 컵스 불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빅리그 승격이 쉽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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