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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WHY] 같은 듯 달랐던 NC, 두산 테이블 세터진 변형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3-19 09:26


두산 정수빈. 스포츠조선 DB

같은 듯 달랐다. 18일 마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NC-두산전.

그들의 타순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테이블 세터의 변형과 확대'가 숨어 있었다. 테이블 세터는 말 그대로 '밥상(득점권 찬스)을 차린다'는 의미의 1, 2번 타자를 통칭한다.

하지만 형식은 좀 달랐다. NC가 이종욱을 3번에 배치, 1, 2, 3번을 모두 빠른 선수로 가져갔다. 두산은 9번에 정수빈의 이름을 올렸다. 1번 장민석과 2번 오재원. 즉 NC와 두산 모두 형식은 달랐지만, 테이블 세터진을 변형, 확대했다.

이종욱의 변신과 최대 활용도

이종욱의 가세는 NC에게 많은 의미를 준다. 그는 두산 부동의 1번 타자였다.

빠른 발과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지난 시즌 타격의 결정력 자체가 많이 향상됐다. 지난해 6개의 홈런과 52타점을 기록했다. 8시즌 동안 개인 최다홈런과 타점이었다. 물론 NC는 이종욱을 1번으로 쓰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NC 타선을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가장 큰 약점은 상황에 따라 타순의 변형을 가져오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급격한 타순 변화는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그 변화는 이종욱 손시헌 등 베테랑들이 가져오는 게 자연스럽다.

또 하나, 김종호와 박민우 등 빠른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특히 김종호는 타격 테크닉이 많이 좋아졌다. 따라서 시범경기 동안 이종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종욱의 3번 배치다. 테이블 세터진을 확대, 기동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이다. 물론 이종욱이 3번에 배치됐을 때 부담감이 있다. 그동안 기록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종욱은 베테랑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타격 결정력이 향상된 측면도 있다.

테이블 세터를 확대하는 경우는 특별한 조건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상대 에이스가 나오거나, 단기전 변화를 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1점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동력과 득점권 찬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용병술이다. 이날 1회 김종호가 투런홈런을 친 뒤, 이종욱이 우전안타를 치고 도루에 성공한 장면이 대표적. 다시 1사 2루의 찬스를 맞은 NC는 이호준의 깔끔한 우전안타로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상대팀에는 압박감이 상당한 타순 배치.

NC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의 3번 배치에 대해 "별다른 의미는 없다. 여러가지 실험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기존 타순에 대한 변형은 특정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 NC는 이종욱의 3번 배치로 인한 '테이블 세터진의 변형'이 당연히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두산의 강한 9번

두산의 야수진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호타준족이 많다.

두산 송일수 신임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부터 "강한 9번을 기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통 9번 타자는 체력적인 부담이 많은 포수나 팀내 타격이 가장 약한 선수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송 감독의 의도는 9번 타자가 '버리는 타순'이 아닌 '득점권 찬스의 또 다른 시발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담겨져 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 세터진의 확대가 발생한다. 1번 타자와 같은 9번 타자를 배치, 득점권 찬스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두산은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선수구성을 가지고 있다. 정수빈 오재원 민병헌 장민석 박건우 등 빠른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5회 정수빈은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결국 2사 1, 2루 상황에서 홍성흔의 유격수 내야안타 때 정수빈은 빠른 발을 이용, 그대로 홈을 파고 들었다.

두산의 '강한 9번'은 상대팀에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선수자원이 한정적일 경우 유능한 타자의 타격 기회를 그만큼 많이 뺏어버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전에서 어떤 효과가 나올 지 궁금하다. 마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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